삼성·LG, 인도 정부의 전자폐기물 정책 반발에 소송
- ‘오염자 부담’ 내세운 인도 정부…공식 재활용업체 유도 위한 규제 강화 - 삼성·LG, 전자폐기물 가격정책에 제동…“비용 급증·시장 왜곡 우려”
한국의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인도 정부를 상대로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에 대한 지급단가를 높이는 정책을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인도의 환경 규제에 반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에 동참한 사례로, 해당 정책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 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각) 이와 같은 내용의 법원 제출 자료를 인용해, 두 회사의 소송이 다른 기업들과 함께 22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며, 이는 폐기물 관리에 대한 인도 모디(Modi) 정부와 외국계 기업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염자 부담’ 내세운 인도 정부…공식 재활용업체 유도 위한 규제 강화
인도의 새로운 규제는 최소 보장가격(floor price)으로서 소비자 전자제품 1kg당 기존의 약 6루피(약 100원) 수준에서 최소 22루피(약 368원)로 올려 재활용업체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배출량의 43%만 재활용되었으며, 재활용 시장의 80% 이상이 비공식 폐기물 처리업체들로 구성돼 있다고 밝히면서, 해당 정책이 더 많은 공식 업체를 유치하고 전자폐기물 재활용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전자폐기물(E-waste)을 많이 배출하는 국가지만, 리서치 기관 레드시어(Redseer)에 따르면, 인도의 재활용률은 미국 대비 최대 5배, 중국 대비 최소 1.5배 낮은 수준인 만큼, 인도 정부는 자국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전자업체들은 이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재활용업체에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의 열람에 의하면, LG전자는 4월 16일 델리(Delhi) 고등법원에 제출한 비공개 소장에서 “정부가 ‘오염자 부담 원칙’을 명분으로 기업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정책 목적이 달성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공식 부문을 규제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집행 실패”라고 강조했다. 삼성 역시 로이터가 입수한 소장에서 “가격 규제는 본질적으로 환경 보호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상당한 재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삼성·LG, 전자폐기물 가격정책에 제동…“비용 급증·시장 왜곡 우려”
전자업체는 정책이 예고된 작년부터 인도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LG는 작년 8월 인도 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제안된 단가가 매우 높으므로 인하되어야 하며,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작년 모디 총리실에 보낸 서한에서 “새로 제시된 가격은 현재 지급되고 있는 금액의 5~15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의 다이킨(Daikin), 인도 하벨스(Havells), 타타그룹의 볼타스(Voltas) 등도 같은 사안으로 인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인도의 에어컨 제조업체 블루스타(Blue Star) 역시 규제 준수 부담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존슨콘트롤스-히타치(Johnson Controls-Hitachi)는 최근 별도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를 포함한 소송에 참여한 기업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인도 환경부 역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