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 4.5조달러 신흥시장 투자 기준 16년 만에 손본다…FI 리스크도 반영

2025-04-23     홍명표 editor

국제금융공사(IFC)가 4조5000억달러(약 6399조원) 규모의 신흥시장 투자를 좌우하는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 개편에 착수했다. IFC는 18일(현지시각) 공식 발표를 통해, 기존 ESG 기준을 글로벌 변화에 맞춰 전면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편되는 프레임워크는 IFC가 투자 전후로 적용하는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기준이다. 발전소, 광산, 인프라 건설 등 개발도상국에서 민간 자금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권 보장, 지역사회와의 갈등 가능성 등을 사전에 평가하고, 문제 예방을 위한 관리 계획을 요구한다. 이 같은 절차는 ‘ESG 실사’로 불리며, 현재는 민간 금융기관과 개발금융기관 모두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IFC 홈페이지

IFC는 세계은행 그룹 산하 기관으로, 개발도상국의 민간 투자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프레임워크 개편은 글로벌 ESG 투자 흐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SG 실사 기준, 16년 만에 전면 손질

IFC의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는 2012년 개정 이후, 개발금융기관과 글로벌 민간 금융기관이 ESG 리스크를 평가할 때 참조하는 대표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이 프레임워크는 생물다양성, 노동권, 정보공개, 지역사회 영향 등을 포괄하며, IFC뿐 아니라 자매기관인 다자간투자보증기구(MIGA)와 120여 개 금융기관이 채택한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의 기준선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적도원칙은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수반되는 환경·사회적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한 자율 기준이다. 2003년 도입됐으며, IFC의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현재는 글로벌 투자은행, 수출입은행, 공적 금융기관 등이 이 원칙을 따라 ESG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프레임워크에는 금융중개기관(Financial Intermediary, FI) 투자를 위한 별도 보호 기준이 없다. IFC는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현지 은행이나 사모펀드 등 FI를 통해 간접 집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자금 흐름의 투명성과 리스크 관리 책임이 불분명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FI 투자에 독립된 세이프가드가 없는 개발금융기관은 IFC가 유일하다.

세이프가드(safeguard)는 개발금융기관이 자금 지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사회적 피해를 예방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적 보호 장치다. 개발도상국에서 추진되는 인프라·산업 프로젝트에 적용되며, 생태계 파괴, 강제 이주, 노동권 침해 등 ESG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해 케이트 기어리(Kate Geary) 리코스(Recourse) 디렉터는 “이번 개편은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책임 있게 유도할 수 있는 세대적 기회”라고 평가했다. 리코스는 개발금융기관의 환경·사회 책임을 감시하고 피해 당사자의 권리 회복을 지원하는 국제 시민단체다.

 

기후·인권·공급망 리스크 반영…2028년 완료

IFC는 이번 개편을 2단계 절차로 나눠 2028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1단계는 2025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진행되는 ‘대화 단계’로, 각국 기업, 투자자, 시민사회,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주요 논의 주제는 기후위험, 금융중개기관(FI) 투자, 인권, 원주민 권리 등이다.

2단계는 2026년 2분기부터 2028년까지 이어지는 ‘공공협의 단계’다. IFC는 이 기간 동안 개정 초안을 공개하고,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공청회를 열어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다. 최종 개정안은 2028년 공개될 예정이다. 

새 프레임워크에는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기후변화 대응,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공급망 리스크, 인권 보호, 원주민 권리 등 최신 ESG 이슈들이 새롭게 반영될 예정이다. IFC는 이번 개편이 세계은행 세이프가드 체계와의 정합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 투자기관, 블렌디드 파이낸스, 임팩트 투자자들에게도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문서 정비가 아니다. IFC는 “향후 10년간 신흥시장 ESG 투자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