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태양광·히트펌프로 에너지 주권 확보… 글로벌 '전기화 대전환'

2025-04-25     유인영 editor
52개국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 엠버

세계가 전례 없는 에너지 불안정성에 직면한 가운데,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전기화(Electrotech)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영국의 싱크탱크 엠버(Ember)는 전기차(EV), 히트펌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이 기존 화석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구조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엠버는 세 기술을 통해 화석연료 수입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 세계 수입국들이 매년 1조3000억달러(약 1870조원)의 수입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운송에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전기차로 대체할 경우 33%의 수입 절감 효과가 발생하며, 발전 부문의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23%, 건물 난방을 히트펌프로 전환하면 추가로 14%의 절감이 가능하다고 계산했다. 

 

세계 인구의 74%가 화석연료 순수입국에 살고 있어

전 세계 1차 에너지의 37%는 수입 화석연료로 충당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전 세계가 화석연료 수입에 쓴 금액은 1조8000억달러(약 2590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GDP의 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엠버는 “세계 인구의 74%가 화석연료 순수입국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52개국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글로벌 경제의 상당 부분이 수입 연료 가격과 공급망 불안정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 지정학적 갈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전기화 전략은 에너지 주권과 경제 안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엠버는 “화석연료는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풍부하다”며, “전기화 기술은 모든 국가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1년 만에 LNG 수입비용 상쇄… 30년간 '가스 대체'

엠버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기화'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제시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태양광·풍력 발전량은 4625TWh에 달했으며, 이는 휘발유 수요 전체를 전기차로 모두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내연기관은 평균 24%의 에너지 효율을 보이지만, 전기차는 84%에 이르기 때문에 실제 사용 에너지를 기준으로 하면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이미 전 세계 휘발유 차량을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정책시나리오(Stated Policies Scenario)에 따르면, 전기차의 전력 수요는 아직 115TWh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100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엠버는 특히 태양광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2024년 평균 가격인 와트당 0.1달러를 기준으로 1G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수입하는 데 1억달러가 들고, 이 설비는 연간 1.5T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같은 양의 전력을 LNG 발전으로 생산해도 약 1억달러의 수입 비용이 소요되는데, 태양광은 초기 한 번의 투자로 이 비용을 1년 만에 상쇄할 수 있고, 30년 수명을 고려하면 태양광은 30년치 가스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부대 비용(설치비, 토지, 금융비 등)을 포함하면 와트당 실제 비용은 0.50달러 수준에 달할 수 있지만, 여전히 장기적인 경제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