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탄압 동시 제재에도 기후에는 협력하는 글로벌 움직임

2021-03-25     박지영 editor

EU-미국, 중국 인권탄압 동시 제재

유럽연합(EU)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동시다발적 제재를 가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이사회는 22일 중국, 북한, 러시아, 리비아, 에리트레아, 남수단 등 6개국의 개인 11명과 4개 단체를 인권 유린으로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서는 신장 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탄압을 주도한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 천밍거우 신장공안국장, 주하이룬 전 신장당위원회 부서기, 왕밍산 신장정치법률위원회 서기 등 4명과 신장생산건설병단이 포함됐다. 신장생산건설병단은 인민해방군 소속이면서 신장위구르의 정치와 경제까지 담당하는 거대 조직이다.

제재 대상은 EU 입국이 금지되며 EU 내 자산도 동결된다. EU의 개인 또는 단체가 제재 대상에 자금을 대는 것도 금지된다. EU가 인권과 관련해 중국을 제재하는 것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광장 사태 직후 무기 거래를 금지한 이후 32년 만이다. 로이터는 미국과 달리 그동안 중국과의 대립을 피해온 EU가 비중있는 결정을 내려 양측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에 이어 미국도 왕쥔정과 천밍거우를 신장 관련 제재 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주하이룬과 왕민산은 이미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미국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재산 동결, 비자 제한, 미국 개인·기업과의 거래 금지 등이 적용된다.

영국과 캐나다 역시 EU,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중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미국의 제재 대상이자 신장 서열 1위인 천취안궈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 서기는 EU·영국·캐나다 제재에선 빠졌다.

중국 외교부는 EU의 제재 소식이 나온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심각히 침해하고, 악의적으로 거짓말과 가짜정보를 퍼뜨린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중국 당국이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독일인 학자 아드리안 젠츠를 비롯해 유럽의회 의원, EU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이다.

중국의 제재 대상 인사과 그 가족은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입국이 금지된다. 대상과 관련이 있는 기업·기구도 같은 제한을 받는다. 중국 외교부는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지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결심은 확고하다"며 "내정 간섭을 중단하지 더욱 단호한 반응을 내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제재에 중-EU 투자협정도 '불투명’

EU가 중국에 인권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자 지난해 말 극적으로 합의한 투자협정의 향방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EU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접근성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투자협정은 EU 27개 회원국과 EU 의회의 비준을 모두 받아야 발효된다. 중국은 미국의 오랜 우방인 EU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 같은 투자협정 체결에 공을 들여 왔으며 EU 회원국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큰 독일 등이 주도해왔다.

EU와 중국은 투자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2014년 1월 이후 30여 차례 협상을 벌여 작년 말에야 합의에 이르렀다. 상대방 시장에 역내 기업 진출을 확대하고, 보호하는 게 협정의 핵심이다. 기술이전 강제 금지, 독립적 투자법원(ICS) 방식 분쟁해결, 지식재산권 보호 철폐 및 중국의 지식재산권 국제기준 준수 의무화, 핀테크·전자상거래·은행 등 금융 분야 중국 시장 개방, 농산물·디지털 등 분야 접근 강화, 와인·치즈·쌀·생강·백차 제품에 지리적보호제(GI) 적용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미국과 EU의 교역이 뜸해진 틈을 타 양국의 협정에 초록불이 들어올 수 있었다. 지난해 기준 중국과 EU의 교역 규모는 5860억유로로 5550억유로를 기록한 미국을 제쳤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양측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 인권 제재로 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미국 CNBC방송은 “중국의 맞제재에 유럽의회 의원 다수가 EU·중국 투자 합의를 비준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고 덧붙였다.

 

인권으로 중국 압박해도... 기후변화는 협력 움직임

이런 와중에도 22일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중국이 주최하는 국제 기후회의에 참석했다. 기후행동 장관급 회의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파리협약을 탈퇴하자 중국과 EU, 캐나다 등 주요 탄소 배출국이 출범시킨 연례 협의체다. 인권 제재로 냉랭해지는 관계에서도 전 세계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는 함께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케리 특사의 회의 참석은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파리 기후협약에 공식 복귀한 뒤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재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지난주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공동성명도 내지 못하고 갈등만 재확인한 채 헤어진 바 있어 이번 행사 참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OECD 새 사무총장 “기후변화가 핵심과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신임 사무총장으로 머티어스 코먼 전 호주 재무장관이 선출됐다. 코먼 전 장관은 스웨덴 출신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전 EU 통상집행위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코먼 당선인은 당선 이후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깨끗하고 공정한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고용과 생활수준을 높이는 본질적인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 우리의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코먼 당선인 앞에는 기후변화 대응 및 디지털세 부과 공동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OECD 수장으로 석탄발전 수준을 낮추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회원국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인 고정 사업장 없이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즉 디지털세와 관련해서도 OECD 공통 기준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