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나왔다... 유럽중앙은행 공개
유럽중앙은행(ECB)이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예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지 않으면 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친환경 정책을 준수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게 증명됐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기후위기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 비용보단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리스크는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로 나뉜다. 물리적 리스크는 홍수피해와 같은 기상이변으로 손상될 수 있는 자산을 뜻하고, 전환 리스크는 파리협정과 같은 기후변화 정책 및 규정변경과 관련된 리스크를 말한다.
ECB에 따르면, 남유럽 기업은 폭염과 산불에 취약하고, 중유럽과 북유럽 기업은 홍수 위험 노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CB는 "물리적 리스크에 취약한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의 경우 단기적으론 생산 과정을 중단해야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광업, 에너지, 제조업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전환 리스크를 직격으로 맞을 것으로 나타났다. ECB는 "전환 리스크에 취약한 업종은 탄소 사용으로 높은 세금을 부여 받아 생산 비용이 증가되고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 다배출 업종인데다가 물리적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지역에 위치한 기업은 향후 30년 이내 일반적인 기업에 비해 4배나 높은 기후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CB는 "특히 물리적 리스크냐, 전환 리스크냐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 방법이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 위험이 서로 얽혀 있었다"며 하나의 리스크에만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CB 루이스 데 긴도스(Luis de Guindos) 부행장은 “이번 테스트로 기후변화는 확실한 시스템적 위험으로 판명났다”며 “친환경 경제 전환을 위한 단기 비용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중장기적이고 가늠도 되지 않을 리스크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고 이번 결과를 설명했다. 더불어 높은 수준의 기후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은행에 대출 등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ECB는 전 세계 400만개 기업과 2000개의 유럽 지역 은행을 대상으로 향후 30년 이내 발생할 기후위험을 측정했다. 미국 기후 위험 데이터 기업인 427(Four Twenty Seven)과 무디스, 기후 위험을 측정하는 우르젠템(Urgentem)이 제공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전에는 금융기관의 자체 보고 자료를 사용해왔지만, 이번엔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번 테스트는 NGFS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가이드를 참고했다. 그러나 전환 위험과 물리적 위험간의 관계성을 살펴보기 위해 ▲보다 친환경적인 경제로의 질서 있는 전환(an orderly transition to a greener economy) ▲물리적 위험은 제한된 무질서한 전환(a disorderly transition with limited physical risks from climate) ▲극도의 물리적 위험이 도사리며 친환경 정책이 거의 없는 상태(a “hothouse” world with few green policies leading to extreme physical risks) 3가지 잠재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테스트의 최종 결과는 7월에 발표된다.
이번 테스트는 경제적 영향만 고려한 예비 테스트로 이후 은행이 기후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기업과 맺는 역학관계는 어떤 위험을 불러오는지, 기후변화는 전반적인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등 민간 금융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