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벤앤제리스 충돌…'사회운동 독립성' 계약 두고 소송전

2025-04-28     고현창 editor

유니레버(Unilever)가 자회사 벤앤제리스(Ben & Jerry's) 전 최고경영자(CEO) 데이브 스티버(Dave Stever)의 해임 시도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갈등은 브랜드의 사회운동 독립성을 둘러싼 대기업과 자회사의 이해 충돌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벤앤제리스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더 높은 보수와 직책을 제안했으나 스티버 전 CEO가 자진 사임했다며 소송 기각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번 소송은 유니레버가 벤앤제리스 이사회를 해체하고 사회운동 활동을 제한하려 했다는 주장에 따라 제기됐다.

유니레버를 상대로 벤앤제리스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chatgpt 생성 이미지

벤앤제리스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사회적 이슈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유니레버가 벤앤제리스를 인수할 당시, 브랜드의 사회운동 활동과 독립적 의사결정 구조를 존중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후 밴앤제리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 전쟁에 대한 항의, 트럼프 행정부 비판, 2016년 'BLM(Black Lives Matter)' 지지 선언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유니레버, '더 큰 직책 제안했지만 스스로 사임' 반박

법원 제출 서류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벤앤제리스 이사회 의장 아누라다 미탈(Anuradha Mittal)이 이번 소송을 통해 유니레버를 비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벤앤제리스가 "친(親)팔레스타인,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고수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고 기업 명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유니레버는 스티버 전 CEO가 1988년부터 벤앤제리스에 근무해왔으며, 올해 3월 31일 글로벌 아이스크림 사업부 내 주요 직책과 급여 인상을 제안받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사임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탈 의장이 기밀로 논의되던 고용 협상을 외부에 공개하고 허위 주장을 펼쳐 소송을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벤앤제리스 측 변호사 샤미르 할레포타(Shahmeer Halepota)는 유니레버의 주장을 "체면을 의식한 변명"이라고 일축하며, 유니레버가 위협과 직업적 보복을 통해 사회운동 활동을 억압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아이스크림 사업부 독립 추진…벤앤제리스 매각 계획은 없어

한편 벤앤제리스는 유니레버가 2000년 인수 당시 체결한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유니레버는 벤앤제리스의 사회운동 활동과 브랜드 독립성을 존중하기로 약속했다.

유니레버는 최근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도브(Dove), 헬만즈(Hellmann’s), 크노르(Knorr) 등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오는 7월 1일부터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독립 운영할 계획이다. 브라이어스(Breyers), 매그넘(Magnum)과 함께 벤앤제리스도 별도 실적을 4분기부터 공시할 예정이다.

다만 유니레버는 벤앤제리스를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