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등급 중간만 가도 수익률 양호, 코스피 상장사는 15%만 등급 받아

2021-03-25     김우경 editor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의 비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 세계적으로 ESG 정보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ESG 정보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ESG 등급을 부여 받은 국내 기업은 반등장과 조정장에서도 강세를 보여 ESG와 수익률이 양(+)의 관계가 놓여있다는 걸 증명했다. 또한 꼭 상위 등급을 받지 않아도 수익률이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피 상장사 중 15%만 ESG 등급 부여

ESG 정보 미공시 기업 상대적 많은 것이 원인

하나금융투자 리포트 '수익률로 살펴본 ESG'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15%(약 150개)만이 ESG 등급이 부여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ESG) 정보 미공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가 그 원인으로 나타났다. 

현재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한 국가는 약 20개국에 이른다. 유럽은 다음 달부터 연기금을 시작으로 은행·보험사·자산운용사로 공시 의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정보공시 의무화에 들어간다.

국내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의 ESG 관련 공시 의무화’를 예고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의무화는 2026년부터 이뤄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ESG 등급이 책정된 기업은 2017년 141개, 2018년 146개, 2019년 151개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해외 기업에 비해 그 수는 현저히 적었다. MSCI  ESG 평가를 받기 위해선 공개된 정보가 있어야 한다. DJSI 지속가능경영 지수에 편입하기 위해선 피평가자가 직접 질문지에 답변을 작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가공된 정보가 있어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간략하게나마 ESG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2017년 136개, 2018년 137개, 2019년 136개사에 불과했다.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위 20%에 속한 기업들. 음영처리가 된 기업은 ESG 순위가 꾸준히 상승한 곳들이다. 

정보 공시는 기업의 ESG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ESG 평가에서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위 20%에 속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공시가 잘 돼 있는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기업들이었다. 그 외에는 환경 부분에서 등급이 우수한 IT 기업과 2차 전지 관련 기업이 등급이 높았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DGB 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금융사와 SK하이닉스, 삼성 SDI 등 2차 전지 관련 기업 등 11개 기업은 꾸준히 등급 상승도 이뤄냈다. 등급이 상승한 기업은 코로나 19 이후 반등장, 2월 금리 급등 이후 조정장에서 모두 코스피 대비 양호한 성과를 내며 ESG 대응을 잘하면 리스크 관리에 용이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ESG 정보 공시에 대해 국내 기업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ESG 글로벌 공시, 평가 및 법적 쟁점' 세미나에서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우리나라에서 ESG 정보공시의 중요성은 기업 및 정보이용자로부터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기업은 기업 특성이 고려되고 핵심 이해관계자 요구가 반영된 공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공시, 재무성과와 연계성이 강화된 공시를 통해 공시요구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ESG 등급 받으면 성과도 좋더라...

등급 상승한 기업은 돋보이는 성과 내기도  

한편, ESG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수익률도 확실히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MSCI ESG Leaders 지수와 S&P500, EUROSTOXX, 코스피 지수를 비교한 결과 ESG 지수가 평균 40% 더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장에서만 비교해봤을 때도 ESG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은 코스피 대비 4.2%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ESG 등급 순위가 점진적으로 상승한 11개 기업의 성과는 두드러졌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이후 반등장에서 66.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2월 금리 급등 이후 조정장에서도 3.8%를 기록하면서 일반 기업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냈다. 

작년 11월 이후로 주가가 훌쩍 뛰기도 했다. 등급이 상승한 11개 기업은 작년 11월까지 코스피 지수와 별반 차이는 없었지만, 올해 1월 급격한 반등장에서 코스피 기업이 130선을 웃돌고 있을 때 160선을 넘어 200선까지 돌파하는 등 코스피를 훨씬 웃돌았다. 

 

DJSI 지수 내 기업 ESG 등급별로 상·중·하 구분해보니

상승장에서는 중위·상위 기업 성과가

조정장에서는 하위 기업 성과가 양호

ESG 평가 대상을 전 세계 기업으로 넓혀보자 또 하나의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ESG 등급이 높으면 수익률도 높을 뿐 아니라, ESG 등급에서 중간 성적만 받아도 양호한 성과를 거둔 것이었다. 이 연구원은 "ESG 등급이 매겨지기만 했어도 S&P500 대비 성과가 좋았으며, 최근 조정장에선 상위& 중위 기업들의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DJSI 구성 종목을 ESG 등급 상위 30%·중위 30%·하위 30%로 분류했다. 그 결과 모두 수익률은 50%가 넘었다. 상위 기업은 평균 76%, 중위 기업은 평균 65.3%, 하위 기업은 평균 54.4%의 수익률을 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상승장에서는 ESG 상위 기업에 비해 중위 기업이 양호한 성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하위 기업은 의외로 하락장에 강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3.7%의 수익률을 보일 때, ESG 등급 하위 30% 기업은 5.3% 수익률을 보였다. ESG 평가만을 잘 받으려고 목 매어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