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美 국가기후평가 참여자 전원 해촉

2025-04-29     김환이 editor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국가 기후 평가(NCA, National Climate Assessment) 작성에 참여해온 과학자 전원을 해촉했다고 로이터(Reuters)통신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가기후평가(NCA)는 미국 연방정부의 기후 전략 수립에 활용되는 핵심 보고서로, 이번 조치로 인해 2028년 발간 예정인 여섯 번째 국가기후평가(NCA6) 작업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향후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학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레이철 클리터스(Rachel Cleetus) 시민 과학자 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UCS) 선임 정책 국장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아무런 대안 없이 국가 기후 과학 보고서를 붕괴시켰다”며 “이 정보를 잃는다면 미국은 기후 위협 속에서 눈 가리고 나아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여자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촉 사실을 공개하고, "과학적 절차가 전례 없이 방해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과학기관 예산 삭감 이어 기후 평가 보고서 참여자 전원 해촉해

트럼프 대통령/chatgpt 이미지생성

로이터가 입수한 이메일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보고서 참여자들에게 "1990년 제정된 글로벌 변화 연구법(Global Change Research Act)에 따라 보고서 범위를 재평가하고 있다"며 전원 해촉 통보했다. 이메일에는 '모든 기여자들을 역할에서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향후 재참여 여부나 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번 해촉은 이달 초, 보고서 작성을 총괄하던 미국 글로벌 변화 연구 프로그램(US Global Change Research Program, USGCRP)을 해산한 데 이어 단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립보건원(NIH), 환경보호청(EPA), 해양대기청(NOAA) 등 과학 연구기관의 예산 전반을 삭감했으며, 공공보건 전문가, 기후 과학자를 포함한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임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 전담 인력을 공식 해고했다. 

기후 평가 보고서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해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이 주도한 정책 로드맵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는 국가기후평가(NCA)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참여 과학자 검증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책 방향을 반영해 과학 연구 및 행정 체계를 전면 재편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로써 향후 여섯 번째 국가 기후 평가(NCA6)의 발간 가능성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에 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NCA는 2000년 첫 발간 이후, 14개 연방기관과 수백 명의 외부 과학자들이 4년 주기로 공동 작성해온 공식 보고서다. 직접적인 정책 권고는 담고 있지 않지만, 연방 및 지방정부, 기업들이 기후 회복력 강화와 예산 수립 시 참조하는 주요 자료로 활용했다. 나아가 미국 경제, 인프라, 보건 시스템이 기후 변화로부터 받을 위협을 평가하고 대응 전략의 방향성도 제공했다. 

 

심각한 기후 위기 속 기후 보고서 미발행… "기후 대응 능력 상실 우려" 

뉴욕타임즈, 로이터 등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미국의 기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근 국제 기후 분석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섭씨 상승 기준선을 돌파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에서는 산불, 가뭄, 홍수, 폭풍우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미국 내 경제적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연간 기후 관련 재해로 인한 보험 손실만 해도 400억달러(약 56조8000억원)를 넘어선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 기후 보고서 발행이 중단될 경우, 미국의 기후 변화 대응 및 재해 복구 전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계는 "NCA는 연방정부가 기후 평가를 시행 및 제출해야 하는 글로벌 변화 연구법에 근거해, 미국의 기후 회복력 강화 및 기후 전략 수립을 위한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은 기후 변화라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전략적 대응 능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