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부펀드 CEO “주식시장 불안 속 부동산·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전 세계 8600개 이상의 기업에 지분을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가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과 재생에너지 자산을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니콜라이 탕겐(Nicolai Tangen) 최고경영자(CEO)는 “세계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이는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시장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광범위한 분산 투자와 아주 장기적인 관점”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기대수익률은 오르고 경쟁은 줄어들어
NBIM은 미국 시장에 전체 투자 자산의 53%를 배분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세계 최대 경제권에 대한 투자 확대를 이어갈 방침이다.
탕겐 CEO는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추가로 편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NBIM은 유럽 지역의 육상·해상 풍력과 태양광 등 약 253억노르웨이크로네(3조5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NBIM은 2021년 재생에너지 분야에 처음으로 투자했다. 탕겐 CEO는 당시 “매우 고가에 수익률은 낮고, 경쟁은 치열했으며, 모두가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쏠림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은 친환경 투자가 그다지 인기 있지 않다. 기대수익률은 오르고 있으며, 경쟁은 줄어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의 경우, NBIM은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의 25%를 소유하고 있으며 맨해튼에도 대규모 자산을 보유 중이다. 현재 부동산 포트폴리오는 전 세계 14개국, 900개 이상의 투자 건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자산 가치는 2024년 말 기준 3636억노르웨이크로네(약 50조2640억원)에 달한다.
그는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부동산 자산의 매력도가 커지고 있다”며 투자 대상으로 우량 부동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택근무 확산, 미국 지역 은행 불안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시장에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 닥쳤다”고 평가했다.
완벽한 폭풍이란 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상황을 뜻한다. 상업용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크게 조정됐고,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는 진입 기회가 된다고 본 것이다.
NBIM, 지난주 2023년 3분기 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
탕겐 CEO는 “노르웨이 국민들이 자신들의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며 매년 오슬로에서 투자 콘퍼런스를 주최하고 있다.
올해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골드만삭스의 CEO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은 행사에 앞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투자가 줄며, 곧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 주식의 가치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도 변하게 된다”며, 미 국채는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주식 등 자산 가격은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NBIM은 지난주 2023년 3분기 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기술주 하락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탕겐 CEO는 “세계가 실제로 분열된다면 시장은 최대 35~40%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조8000억달러(2580조원) 규모의 NBIM은 노르웨이 석유 수익을 운용하기 위해 1990년대에 설립됐으며, 노르웨이 재무부의 엄격한 지침에 따라 주로 지수 추종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