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1분기 순익 48% 급감… 수익성 저조로 전략ㆍ지속가능성 책임자 사임
영국 에너지 기업 BP가 2025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 급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시장 전망치인 15억3000만 달러(약 2조1753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13억8000만 달러(약 1조9596억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27억 달러(약 3조838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머리 오친클로스(Murray Auchincloss) BP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관세 도입으로 경제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며 “원유 및 가스 수요가 둔화돼 상품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BP는 이날 전략·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줄리아 키에르키아(Giulia Chierchia)가 6월 1일자로 사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순익 급감… 정제 마진·유가 하락 ‘직격탄’
BP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4% 줄어든 480억달러(약 68조1600억원)로, 가스ㆍ저탄소 부문과 고객ㆍ제품 부문 수익이 각각 40%, 47% 감소했다. BP는 2분기에 대규모 정유 설비 유지보수가 예정돼 있어 생산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실적 부진은 정제 마진 하락과 가스 거래 약세가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제 마진은 전년 동기 배럴당 20.60달러(약 2만9000원)에서 15.20달러(약 2만원)로 줄어들었다.
국제 원유 가격 하락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유가는 최근 배럴당 약 66달러(약 9만4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작년 동기 87달러(약 12만원), 연초 평균 75달러(약 10만원) 대비 점차 하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일부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 및 가스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순이익 감소에 따라 BP는 이번 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를 7억5000만달러(약 1조650억원)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오친클로스 CEO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될 경우, 약 25억달러(약 3조5537억원)의 추가 자본 지출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석유가스 전략 추진… “수익성·비용 절감 집중”
BP는 지난 2월, 수년간 추진해온 저탄소 에너지 중심 전략에서 석유·가스 사업으로 회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는 전 CEO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 체제에서 도입됐던 전략으로, 전략·지속가능성 책임자 줄리아 키에르키아(Giulia Chierchia)가 주도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수익성 압박과 실적 부진으로 인해 해당 전략은 철회 됐으며, 키에르키아의 사임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BP는 키에르키아의 후임을 따로 임명하지 않고, 전략 및 지속가능성 부문을 기존 부서에 통합해 조직 구조를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BP는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전략·지속가능성·벤처 기능 내 팀을 시너지 효과가 있는 부서에 재배치해 더 빠른 의사결정과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리 오친클로스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략 리셋은 훌륭한 출발을 보였다”며 “상류 부문 운영 효율은 사상 최고, 정제소 가동률은 24년 이래 가장 높았으며, 시추 탐사 6건을 발견해 대형 프로젝트도 3건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BP 주가는 2월 전략 수정 이후 20% 하락했다.
한편, 이번 경영진 교체는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의 압박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나왔다.
엘리엇은 BP 지분을 5% 이상 확보하며, 자산 매각 확대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강화 방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수익성 개선과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2027년까지 잉여현금흐름을 200억 달러(약 28조4000억원)까지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BP는 해당 규모의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자산 매각 목표가 기존 30억 달러(약 4조2654억원)에서 최대 40억달러(약 5조6852억원)로 상향 조정됐다. 동시에 2025년 자본 지출 계획도 기존보다 5억달러 줄어든 145억달러(약 20조5900억원)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