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태양광, 규제부터 바꾼 선진국… 영국은 의무화, 미국도 첫 입법

2025-05-06     홍명표 editor

유럽 주요국이 가정용 태양광을 에너지 자립과 전기요금 절감의 해법으로 본격 확산하고 있다.

기후테크 전문 매체 클린테크니카는 1일(현지시각) 영국이 신축 주택 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정용 태양광은 탈탄소와 에너지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규제 장벽을 제거하며 보급을 본격화했고, 미국도 초기 입법을 통해 제도 변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도심 주택과 발코니에 설치된 가정용 태양광 이미지 / 챗gpt

 

영국은 ‘의무화’, 독일은 ‘보편화’…각국 상황 맞춰 제도 설계

영국 지방정부협회(LG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든 신축 주택에 옥상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건축 단계부터 태양광을 포함하면 설치 비용이 줄고, 연간 약 440파운드(약 76만원)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영국 내 신축 주택 중 약 60%는 여전히 태양광 설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오는 2027년부터 태양광 설치를 신축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는 노동당의 넷제로(Net-Zero)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한다. 건설업계는 일부 주택 구조가 태양광 설치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예외 조항 등 유연한 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전면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다.

독일은 아예 태양광 설치 대상을 발코니까지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플러그인 방식’의 소형 태양광 시스템은 발코니 난간에 부착한 뒤 콘센트에 연결하면 즉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까지 78만 대 이상이 정부에 등록됐고, 비공식 설치를 포함하면 수백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확산 배경엔 제도적 정비가 있다. 독일 전기표준기관 VDE(Verband der Elektrotechnik)는 2017년 처음으로 발코니 태양광 허용 기준을 마련했고, 이후 2018년과 2019년 추가 개정을 통해 안전 요건을 세분화했다. 시스템 용량은 가정 내 회로 안전을 고려해 800W 이하로 제한됐고, 등록 절차는 간소화됐다. 일부 지방정부는 가구당 수십만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보급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도 첫 입법…기술 표준·전기 규정이 확산의 ‘관문’

미국에서도 유럽 모델을 참고한 첫 입법 사례가 등장했다. 유타주는 최근 발코니 태양광 설치 시 전력회사와의 별도 계약 없이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HB 340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전력망 연계 의무를 면제하면서, 플러그인 방식 태양광을 전력망과 분리된 독립형 설비로 인정한 첫 입법 사례다.

법안을 발의한 레이먼드 워드(Raymond P. Ward) 유타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독일 사례에서 직접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발코니 태양광이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기술 및 규제 기반이 미비한 상황이다. 구체적 제약은 세 가지다. 첫째, 국가 전기 규정(NEC)은 플러그인 발전 장치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둘째, UL 인증 기준이 없어 시장 유통이 어렵다. 셋째, 가정용 누전 차단기(GFCI)는 태양광 장치의 역전류를 감지할 수 없어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콘센트에 연결된 태양광 장치가 회로에 전기를 역방향으로 공급할 경우, 과부하 상황에서도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는 ‘브레이커 마스킹(breaker mask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는 플러그인 태양광의 안전 기준 마련을 위해 기즈모파워(GismoPower),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UL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즈모파워는 태양광 패널이 장착된 이동식 카포트 및 가정용 플러그인 발전 장치를 개발·상용화하는 스타트업으로, UL 표준 제정의 실무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기술을 국가 전기 규정(NEC)에 포함시키기 위한 개정안을 2023년 제출했지만, 전미화재방지협회(NFPA)는 양방향 누전 차단기(GFCI)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3년 10월 전면 기각했다. 

UL은 민간 인증기관이지만,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전기·가전제품이 UL 마크 없이는 유통되기 어렵다. 보험, 유통, 설치 등에서 필수 요건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 진입의 관문 역할을 한다.

미국 비영리 에너지 전문 매체 카나리미디어는 “표준 없이 플러그인 태양광이 보급될 수는 없지만, 이런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제도 개선의 불가피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