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글로벌 개발금융 개혁 약화 시도…UN 문서에서 드러나

2025-05-07     유인영 editor
사진=미국 백악관

미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금융개혁안에서 핵심 내용을 약화하려 하고 있는 정황이 나타났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입수한 유엔(UN) 내부 문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조세 협력, 신용평가, 화석연료 보조금 등과 관련된 세계 금융 시스템의 개혁안에 반대하며, ‘기후’, ‘성평등’, ‘지속가능성’ 등의 표현 자체를 협상안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후·성평등·지속가능성’ 용어 삭제 요구

10년마다 한 번 열리는 제4차 개발재원총회(Financing for Development, FFD4)는 오는 6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릴 예정이며, 세계 개발금융 기관들의 전략적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FFD3에서는 개도국들이 조세 규칙 설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세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며, 작년 5월 기준으로 140개국 이상이 관련 논의에 참여 중이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 사무총장 톰 미첼(Tom Mitchell)은 “이번 회의는 전 세계 리더들이 모여 향후 10년간 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자금 조달의 기본 규칙과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초안은 멕시코, 네팔, 노르웨이, 잠비아의 유엔 상임대표들이 유엔 사무국과 함께 4월 11일에 작성한 것으로, 193개국의 입장이 주석 형태로 포함돼 있다.

미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개혁 패키지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고, “국제 금융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약속을 “현재와 미래의 도전과 위기에 대응하는 회복력과 효율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한다”는 서약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의 기후 대응 노선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미국이 반대하는 FfD4 초안 내 조항 중에는 지속가능한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오염 활동 또는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연대 부과금(Global Solidarity Levies)’ 도입 검토 요청도 포함돼 있다.

만약 해당 조항이 채택된다면, 이는 올해 유엔 조세 협상에 반영될 수 있으며, 프랑스·케냐·바베이도스가 주도하는 소규모 국가 조세 개발 태스크포스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과 함께 함께 이에 반대하고 있다.

 

최종 합의문, 상당히 약화된 형태로 채택될 가능성 높아져

미국은 또한 기업이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문단, 개도국의 조세 투명성 강화 지원 관련 문단,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촉구 문단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파리기후협정 탈퇴, 대외원조 예산 80% 이상 삭감, 무역전쟁 등 기후 및 개발 의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으며, 이번 회의에서도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를 국제 협상에 투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빈국들은 막대한 부채와 기후 재난 이후 복구 비용으로 큰 부담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문에는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부채를 조정한 개도국에 대해, 신용평가사가 보다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신용평가 시스템 개혁 관련 문단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충격과 위기 상황에서도 사회보장 및 필수 사회 지출에 대해 충분하고 중단 없는 자금이 적절한 조건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약속에도 반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민간부문 협력, 금융 혁신, 금융 문해력 제고 등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개도국 지원에 긍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국가가 세비야 회의에 참여해 실질적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미국의 태도는 최종 합의문이 상당히 약화된 형태로 채택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종 협상은 6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