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블랙록 전 투자책임자, "지속가능투자는 마케팅" 기고 떠들썩
ESG의 폭발적인 성장이 ‘그린워싱(Greenwashing)’인지 아닌지를 두고 글로벌 ESG투자업계의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시발점이 된 것은 블랙록의 전 지속가능투자책임자인 타리크 팬시(Tariq Fancy)가 지난 16일 미국 ‘USA투데이’에 기고한 오피니언이다. 팬시는 이 글에서 “월스트리트는 경제 체제를 녹색(Green)으로 세탁하고 있으며, 그 핵심에 내가 있었다”면서 “지속가능 투자는 마케팅 과대광고, 홍보 스핀(spin), 투자계의 불성실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블랙록은 8조7000억달러 가량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팬시는 2018년 초에 블랙록에 입사해 2019년 9월까지 재직했으며 그는 현재 캐나다에서 자신이 설립한 기술 비영리기관 ‘The Rumie Initiative’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 ESG투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기존의 뮤추얼펀드가 뚜렷한 전략 변화 없이 마케팅 목적으로 ‘친환경’으로 브랜드화되며, ESG 펀드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형 정유사, ‘패스트패션’기업 등 환경오염 유발자들이 포함 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기판매전략을 위해 환경적 책임성이 높은 기업들에 반하는 ESG데이터를 적극 채굴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있고, 애초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발생을 막기보다 기후로 인한 잠재적 피해로부터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데만 주력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3월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공시 등 ESG 관련 부정행위를 사전 식별하기 위해 ‘기후 및 ESG 태스크포스’를 창설한다고 발표했을 때 감정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19에서 보듯 우리는 재난이 닥치기 전에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며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두 위협 모두 과학과 정책의 결합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시장(free market)’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구가 암환자이고 기후변화가 암이라고 상상해보자. 월스트리트는 밀싹(wheatgrass·장청소와 해독, 혈액정화 등을 돕는 효능있다고 알려짐)을 처방하고 있다. 이 밀싹은 잘 마케팅 돼있고 돈도 잘 버는 아이디어이지만, 암을 치료하거나 암 진행을 늦춰주지는 못한다. 밀싹은 대중을 현혹시키고 화학요법처럼 생명을 구하는 조치를 지연시키는 ‘치명적인 방해꾼(deadly distraction)’이다.”
그는 “시스템을 고치고 늘어나는 재난을 막기 위해 규칙을 고칠 정부가 필요하다”며 강력한 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마무리했다.
SFDR이 가져올 지속가능금융 규제의 역설
이에 대해 마크 길버트(Mark Gilbert)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23일 “전 블랙록 책임자가 그린워싱에 호루라기를 불었다”며 이런 흐름이 생기는 원인을 분석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250개 이상의 기존 유럽펀드들이 ESG펀드로 리브랜딩했다. 4분기에만 전체 자금의 45%에 해당하는 1000억유로 가량의 ESG펀드가 신규자금을 끌어모으면서, 모든 펀드들이 ESG 라벨을 붙이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3월초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을 도입했는데, 마크 길버트는 “목적은 칭찬할 만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를 낳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SFDR에 따르면, 유럽 펀드는 세 가지 분류에 따른다. 제9조는 흔히 ‘임팩트 펀드’라고 불리는 것이 포함되는데, 재생에너지, 헬스, 청정 수자원 등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것으로 ‘다크 그린(dark green)’ 투자라고도 불린다. 이는 ESG 제품군 중 가장 규모가 작고 집약적이다. 제8조는 ‘연녹색’ ESG 제품군 혹은 ‘E 혹은 S’ 특성을 지닌 펀드가 포함된다. 나머지 ESG 요소가 있는 펀드 대부분은 제6조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의 투자풍토에서 고객에게 제6조펀드를 권유할 동기가 전혀 없으며, 제8조에 따라 모든 자금을 분류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SFDR이 제8조와 제9조 기금에 대해 너무 높은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녹색기금에서 누락되기를 원치 않는 두려움으로 인해 이 SFDR 규칙이 빠르게 느슨해져 버릴 수 있다”(David Czupryna, 칸드리암 ESG 개발책임자)
마크 길버트는 “미국 개척시대의 서부(Wild West)와 비슷한 현 녹색자금 지형에 어느 정도 질서를 부여하려는 EU의 시도가 역효과를 낸다면 아쉽지만, 탄소중립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회사들이 배제되는 블랙록의 투자 방법론은 너무 엄격하면서도 너무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블랙록은 대변인을 통해 팬시 전 지속가능투자책임자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속가능한 투자는 강력한 투자 수익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긴급한 사회, 환경적 우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블랙록은 그린워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표준 제정 노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존 헤일은 미디엄을 통해 “팬시는 야만적인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간단한 증거만을 제공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