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스 저장 목표 90→83%로 완화… 규제 적용 기한도 2027년까지 연장

2025-05-12     김환이 editor

유럽의회가 겨울철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비해 가스 저장 목표를 기존 90%에서 83%로 낮추고, 제도 적용 기한도 2025년에서 2027년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은 회원국들이 가스 시장 상황에 따라 보다 탄력적으로 목표를 이행하고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이터는 유럽의회가 해당 개정안을 찬성 425표, 반대 106표, 기권 43표로 통과시켰다고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2026~2027년 저장 목표에 적용될 예정이지만, EU 이사회와의 협상이 조기 타결되면 올해 저장 목표에도 앞당겨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가스/chatgpt 이미지 생성

개정안에 따르면, EU 가스 저장 목표를 83%로 낮추고 매년 저장 목표 달성 기한도 기존 11월 1일에서 10월 1일~12월 1일까지 2개월 이내에만 충족하면 되도록 유연화 했다.

공급 차질, 수요 급등 등 시장 여건이 불안정할 경우, 회원국은 최대 4%포인트까지 저장 목표를 조정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마련됐다. 필요 시, 유럽집행위원회는 추가 4%포인트까지 유예를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모든 예외가 적용되더라도 전체 저장 목표치는 75% 이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함께 명시됐다. 

 

90% 목표 유지하되 적용 방식 유연화

EU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 불안을 겪었다. 러시아 가스 공급이 중단된 이후에는 유럽 내 가스 가격 급등과 난방·산업 연료 부족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 저장 의무 규정이 도입된 것이다.

당초 이 규정은 2025년까지만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여름철 재충전 기간 중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시장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EU는 저장 목표 기한을 2027년까지 연장하고, 목표치 역시 고정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화했다.

또한, 회원국들이 매년 2월, 5월, 7월, 9월 설정하던 ‘중간 충전 목표(intermediate targets)’는 기존 의무 조항에서 권고 사항(indicative)으로 완화됐다. 이에 따라 저장고 운영자 및 에너지 기업들은 보다 자율적으로 가스 저장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시장 불안 우려에 주요국 완화 요구 수용

회원국들은 지난 4월 저장 규정 연장안을 지지하면서, 90% 목표 자체는 유지하되 달성 시점과 예외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데 합의했다. 일부 국가는 90% 목표가 시장에 과도한 수요 신호를 보내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며 완화를 요구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은 “기존 90% 충족 목표가 오히려 시장 가격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목표 조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번 완화 조치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가을로 갈수록 가스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벤치마크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2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4월에는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EU 내 저장 의무 완화 조치가 시장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개정안은 EU 이사회와의 협상을 거쳐 오는 7월 이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유럽의회와 회원국 간 입장은 대체로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타결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첫 회담은 오는 5월 13일 열릴 예정이며, 조기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르면 올해 겨울부터 개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한편, EU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2027년까지 전면 중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부터 단기 계약을 금지하고, 2025년까지 신규 계약 체결을 전면 차단한 뒤, 2027년까지 장기 계약도 단계적으로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차단하고 전쟁 지속 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이를 통해 러시아에 연간 약 230억 유로(약 36조1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수입 대금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산 LNG 수입 확대도 병행 추진되며, 북미산 수입 물량이 향후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