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기업 경쟁력 위해 EU CSDDD 폐지해야”

2025-05-14     김환이 editor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가 EU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의 전면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메르츠 총리는 “EU CSDDD를 포함한 각종 규제가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규제 간소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U가 미국, 중국과의 기술·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럽 기업의 발목을 잡는 과도한 규제는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독일 연립정부는 자국의 공급망 실사법(LkSG)을 폐지하는 대신,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로 대체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메르츠 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LkSG 국가법을 폐지할 것이며, EU 역시 이 지침을 완전히 철회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독일 연정이 EU CSDDD로 대체하겠다는 계획 마저도 사실상 백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SG전문매체 ESG투데이는 “독일 정부는 자국법뿐 아니라 EU CSDDD 자체에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며 “이는 연정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으로, 독일이 유럽 최대 경제권이자 EU 정책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향후 ESG 규제에 대한 유럽의 접근 방식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이미지=chatgpt 이미지생성

유럽의회는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을 2024년 5월에 채택했으며, 2027년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해당 지침은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 침해, 환경 파괴 등의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이를 예방 및 시정할 법적 의무를 규정한다.

적용 대상은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아동노동, 강제노동, 삼림파괴, 유해물질 배출 등 문제를 직접 거래처뿐 아니라 일부 하위 공급망까지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CSDDD는 도입 당시부터 유럽 내 기업들 사이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글로벌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인권과 환경 영향을 식별·예방 및 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막대한 비용과 행정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메르츠 총리는 이 같은 기업계 반발에 힘을 실으며, 중도우파 정당인 독일 기독민주연합(CDU)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EU 전체의 규제 환경을 완화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위원회의 방향에 동의하지만, CSDDD처럼 부담이 큰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U에는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더 많은 관료주의가 아니라, 더 적은 관료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CSDDD 완화 진행 중… "기업 경쟁력 위해 완전 폐지돼야"

EU는 올해 초부터 CSDDD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제안된 개정안에는 실사 범위를 1차 협력업체 수준으로 제한하고, 실사 주기를 매년이 아닌 5년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최근 유럽의회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의 시행 일정을 늦추는데 합의하면서 시행 시점도 기존보다 1년 늦춰 2028년으로 연기됐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 2월 이른바 ‘옴니버스 개편안’에 따라 CSDDD의 이행 부담을 완화하는 수정안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 직접 거래 파트너 수준에서만 실사를 의무화하고, 명백한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만 조사하도록 변경된다. 또한, 실사 효과성 점검 주기를 기존 매년에서 5년마다로 완화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요구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메르츠 총리는 “지속가능성 규제의 연기는 단지 첫걸음일 뿐”이라며 “일부 지침은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 대표적인 예로 늘 CSDDD를 들곤 한다”고 강조했다.

ESG투데이는 “메르츠 총리의 이번 발언은 EU 차원에서 기업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재계 일각에서는 CSDDD가 과도한 규정 준수 의무와 높은 비용 부담을 초래해 유럽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