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보증, 회계법인·검증기관 양분…글로벌은 통합보고 전환 중

2025-05-14     이재영 editor

국제 회계업계가 5년간 추적한 결과,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는 정체된 반면, 보증(assurance)을 받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회계사연맹(IFAC)과 미국공인회계사협회·영국공인관리회계사협회(AICPA & CIMA)는 12일(현지시각) '2019~2023 지속가능성 공시 및 보증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Play: Sustainability Disclosure and Assurance(2019~2023))'를 통해 이 같은 추세를 공개했다.

보증은 재무제표 감사처럼, 기업이 공시한 ESG 정보의 신뢰성을 외부 전문가가 검토해 판단하는 절차다.

연차·통합보고서 활용은 증가, 독립 보고서는 감소 추세. 한국은 여전히 독립 보고 중심. / IFAC·AICPA & CIMA

 

ESG 보증 73%…보증 수준은 ‘제한적’, 항목은 ‘온실가스’ 중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ESG 정보를 일부라도 공개한 기업은 전체의 98%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ESG 정보에 대해 일부 항목이라도 외부 보증을 받은 기업 비율은 73%로, 2019년(51%) 대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갔다.

보증 대상 항목은 온실가스(GHG) 배출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Scope 1·2 항목은 전수에 가깝게 보증을 실시했고, Scope 3에 대해서도 76%가 보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GHG 외에도 환경(85%)과 사회(78%) 항목의 보증률은 개선됐지만, 지배구조(GOV)는 전년(61%) 대비 58%로 감소했다.

보증 수준은 제한적 보증이 82%로 가장 일반적이었다. 특히 온실가스 항목은 상당수에서 합리적 보증(reasonable assurance)이 적용됐다. 이는 감사 수준에 가까운 높은 확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보다 엄격하게 점검하는 절차다. 한편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보통 수준(moderate) 보증의 활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한적 보증과 합리적 보증의 중간 단계로, 비교적 간이한 검토를 전제로 한다.

감사법인(회계법인)은 전체 보증의 55%를 수행하며 주요 보증 주체로 자리하고 있으나, 전년(58%) 대비 비중이 다소 줄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ESG 정보를 재무제표와 함께 통합해 단일 보증보고서를 발행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보고서 건수는 줄었지만 보증 대상 기업 수는 오히려 증가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이 온실가스(Scope 1~3) 항목별로 개별 보증을 받는 경향이 뚜렷하며, 이는 다양한 해외 고객사나 수출 시장의 데이터 요구에 대응한 결과로 보인다.

2023년에는 미국, 영국,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국에서 감사법인을 통한 보증 비율이 각각 4~6%포인트씩 증가했다. ESG 정보를 재무정보와 함께 보고한 기업일수록 감사법인을 통한 보증 수행 비율이 높았다.

 

연차·통합보고 확산…‘감사인 연계 보증’ 구조 정착 중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ESG 정보를 경영성과와 재무정보를 담은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에 포함한 기업 비율은 44%로, 2019년(18%)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통합보고서를 사용하는 기업도 증가하며, ESG 공시가 독립 보고서에서 연차·통합보고 체계로 이전되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연차 또는 통합보고서를 활용한 기업 중 76%는 자사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법정 감사인(회계법인)을 통해 ESG 보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법인이 재무 감사와 ESG 보증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보고 시점 간 간극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다만 ESG 보증 활동에 대해 이사회나 위원회 차원의 공식 감독체계를 갖춘 기업은 24%에 그쳤다. 같은 기간 ESG 전략을 이사회가 직접 관리하는 비율은 87%, ESG 공시 내용 자체를 감독하는 비율은 60%로 나타나, 보증 영역만 상대적으로 이사회 관여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전체 기업의 92%는 복수의 ESG 기준 또는 프레임워크를 병행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GRI, SDGs, TCFD, SASB 등 다양한 기준을 혼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며, 이로 인해 ESG 정보의 일관성과 비교 가능성 확보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22개국, 14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2019~2023년간 ESG 공시 및 보증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AICPA & CIMA는 "새로운 글로벌 기준이 마련된 만큼, 향후 규제는 자발적 공시 체계에서 점차 의무화로 전환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