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원전 20년 연장 허용…‘탈원전’ 정책에 제동
대만이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책 기조를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 기한을 기존 40년에서 최대 20년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개정안은 면허 만료 이후의 연장 신청도 가능하게 했다.
원전 운영 기한, 최대 20년 연장 허용
이번 법안은 대만의 마지막 가동 중인 원자로가 오는 5월 17일 가동을 종료하기 직전 통과됐다. 해당 원자로의 폐쇄는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이번 법 개정은 대만이 향후 원전 활용을 재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지향해왔지만, 주요 산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에너지 공급을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져 왔다. 특히 중국의 압박이 강화되고 기술 산업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 상태다.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면, 대만이 현재 해상을 통해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돼 해상 봉쇄 등의 위협이 발생할 경우 에너지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향후 전력 수요가 인공지능 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2030년까지 약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가동 전에는 안전성 검토에만 3.5년이 걸릴 것”
대만 중앙통신사(CNA)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개정은 국민당 소속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 격)의 주도로 이뤄졌다. 여소야대인 대만 국회에서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 의원들은 유연성을 허용하기 위해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원자력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핵폐기물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며 반대 의사를 보였다.
줘룽타이 행정원장(총리 격)은 한 현지 팟캐스트에서 “법 개정이 통과될 경우, 정부는 폐쇄된 원전을 다시 가동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국영전력기업 대만전력공사(Taipower)의 추산을 인용해 “재가동 전 안전성 검토에만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대만 경제부는 입법안 통과 후 성명을 통해 “▲원자력 안전 ▲핵폐기물 처리 가능 ▲사회적 합의라는 3대 전제 하에 대만전력회사가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칭더 총통도 “원자력을 포함해 넷제로에 기여할 수 있는 어떤 제안이나 논의도 배제하지 않겠다”면서도, 실질적 검토 없이 원자로를 직접 연장하거나 즉시 재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