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업, 기후 로비 지출 20% 급증

2025-05-16     고현창 editor

기후정책 분석기관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이 1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기업들의 기후정책 관련 로비 활동이 점차 과학 기반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은 기업의 정보공개, 공식 의견서 제출, SNS 게시물 등 다양한 정책참여 방식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으며, 최근의 정식 의견제출 결과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다.

 

EU 기업의 과학 기반 기후목표 부합 활동 증가…산업협회는 제자리

이번 조사는 EU에서 활동 중인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과학 기반 목표에 부합하는 활동 비중은 2019년 3%에서 2025년 2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적으로 부합(partially aligned)하는 활동 비중까지 고려하면 전체 비중은 24%에서 52%까지 증가했다. 반면 기후 목표에 ‘불일치’하는 기업은 34%에서 14%로 감소했다.

반면 산업협회는 기업보다 여전히 뒤처진 모습이다. 2025년 기준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로비 활동을 벌인 산업협회는 전체의 12%에 불과했으나, 이는 2019년 2% 대비 상승한 수치다.

인플루언스맵은 이번 조사 결과가 EU 기후정책이 유럽 산업경쟁력을 저해한다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특히 화학, 건설, 자동차 등 일부 산업협회는 기후정책이 EU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거나,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중심 접근을 강조하고, 화석연료 기술에 대한 의존을 지속하기 위해 모호한 정책 표현을 사용하는 등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과학 기반 기후정책을 지지하는 움직임과는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내 글로벌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로비 활동을 펼친 기업의 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 ChatGPT 이미지 생성

 

기후행동은 기업의 핵심 전략 수단…EU 기후정책에도 영향 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25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 및 ‘청정산업협정(Clean Industrial Deal)’은 산업계 내 이런 기업의 인식 변화가 반영됨으로써 경쟁력 회복과 산업 탈탄소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주었다. 예컨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추가 설치 및 전력화율 32% 달성 등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하나의 투자전략과 청정기술발전으로 연계한 사례다.

동시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서 절차 간소화나 기술 중립적 접근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등 일부 산업협회의 요구도 여전히 정책 방향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산림전용방지법(EUDR)의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것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위민비즈니스연합(We Mean Business Coalition)의 정책총괄 도미닉 고골(Dominic Gogol)은 “최근 조사 결과, 기업 경영진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인플루언스맵의 이번 보고서는 기업들이 기후행동을 전략적 투자 보호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 기후행동은 소수 기업의 이슈가 아니라, 과학 기반 정책참여를 통해 에너지 전환 투자 리스크를 줄이려는 기업들의 전략적 행동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은 운영 효율성, 회복탄력성, 리스크 절감으로 이어지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