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위원회, 미 압박에도 기후 전담기구 TFCR 유지…기후 공시는 자율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바젤위원회)가 기후리스크 규제 약화를 요구한 미국의 압박에 제동을 걸었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12일에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 각국 중앙은행 및 규제당국 수장들은 ‘기후 관련 금융리스크 태스크포스(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Risks, TFCR)’를 해체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다만 TFCR의 장기적 운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관계자들은 “TFCR이 향후 미국과의 바젤Ⅲ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아직 다른 국가들이 시행을 합의한 바젤Ⅲ 최종안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TFCR 실무 그룹 격하안 무산돼
유럽중앙은행(ECB)은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금융위험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한 미국 규제당국은 기후리스크를 글로벌 금융규제의 주요 주제로 삼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바젤위원회의 기후 관련 업무에 대한 논의는 위원회의 최고위급 회의인 '중앙은행 총재 및 감독기관장 그룹(Group of Central Bank Governors and Heads of Supervision, GHOS)'에서 주관했다. GHOS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티프 맥클렘(Tiff Macklem)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바젤위원회 위원장인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 에리크 테덴(Erik Thedéen)이 제시한 새로운 기후 활동 접근 방식과 관련한 여러 제안을 검토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테덴의 4월 30일자 메모에 따르면, 테덴은 바젤위원회 내부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이 중 미국의 요구를 반영한 TFCR을 하위 실무 그룹으로 전환하자는 안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TFCR은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케빈 스티로(Kevin Stiroh)와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 프랑크 엘더슨(Frank Elderson)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으며, 2019년 출범 이후 기후 관련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이들은 바젤 규제의 세 축인 ▲자본요건 ▲감독 ▲공시 분야 전반에 걸쳐 기후 문제를 논의해왔다.
기후 공시, 결국 ‘자율’로…美 요구 수용
미국은 그간 TFCR 활동 전반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사항(mandatory)이 아닌 자율적(voluntary)으로 설정하길 요구했고, 이는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수용됐다.
미국 당국은 기후와 관련하여 산업 전반의 자본규제 도입 논의를 중단하는 등 여러 양보를 얻어냈다. 또한, ▲금융기관의 배출량(financed emissions)이나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 등 이른바 ‘정량적 기후공시(quantitative climate disclosures)’는 각국 규제당국의 재량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연준은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거나 기후변화에 대응할 권한이 없다”며, “우리가 감독하는 금융기관들이 관련 리스크를 인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적인 권한만 있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은 유럽 은행들에 보다 엄격한 기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지지해왔다.
테덴 위원장은 “관점의 차이가 글로벌 기준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GHOS는 “바젤위원회는 극단적 기후현상이 금융리스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업무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