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마지막 원자로 폐쇄... 에너지 위기와 기후 목표 '이중 압박'

2025-05-20     유미지 editor
대만의 마지막 원자로, 마안산 원전 2호기가 폐쇄됐다. /대만전력공사

대만의 마지막 원자로가 폐쇄됐다. 대만 의회가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기한을 기존 40년에서 최대 20년 추가 연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일어난 조치다.

국영 전력 회사인 대만전력공사(Taiwan Power Co.)의 성명에 따르면, 대만 남부에 위치한 마안산 원자력 발전소 2호기의 부하 분산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오후 1시부터 시작되었다. 시스템은 오후 10시경에 분리된 후 자정경에 안전하게 정지됐다. 이 원자로의 설비 용량은 95만1000kW로 대만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지난 13일, 대만 의회 의원들은 폐쇄된 원자로의 재가동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안을 개정했다. 그러나 40년 운영 허가 한계에 도달한 마안산 원전 폐쇄를 막을 순 없었다. 

 

에너지 안보는 불안해지고 경제적 부담은 올라

대만에는 반도체 제조회사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를 비롯한 다수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만에 위치해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

대만이 해상 LNG 수송에 의존하게 되면 운항 과정에서 소음, 오염물 배출 등이 유발돼 해양 생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위험도 커진다.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군사적 봉쇄가 발생할 경우 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지속가능에너지연구소(TAISE) 소장이자 대만 정부 고문인 유진 치엔(Eugene Chien) 박사는 블룸버그 통신에 “대만의 가스 저장 용량이 11일밖에 되지 않아 분쟁이나 재난으로 인해 수송이 중단될 경우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수석 분석가 아니켓 오타드(Aniket Autade)는 “대만전력공사 산하 기존 LNG 발전소 운영 비용과 민간 발전소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비용은 원자력 발전 비용의 약 두 배”라고 전했다. 이어 “대만 전력의 취약한 재정 상태로 인해 전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의 조룽타이 국무총리는 대만전력(Taipower)의 추산을 인용하며 폐쇄된 원전을 안전하게 재가동하는 데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LNG 구매로 대만 내 기후 목표 위기

원전 재가동이 될때까지 대만은 전력 생산을 위해 수입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할 예정이다.

블룸버그NEF 는 대만의 에너지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2030년까지 LNG 구매에 연간 약 20억 달러(약 2조 7000억원)를 더 지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TSMC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치솟는 전기 요금에 직면해 있으며, 해외 공장보다 더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만의 기후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만은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약 38%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만 정부는 원자력을 대체하기 위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 도입을 가속화하고, 2020년대 중반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달성하지 못하고 2025년까지 목표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대만 에너지청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구성에서 12% 미만을 차지했다.

이번 원자로 가동 중단 이후 대만은 전력의 약 84%를 화석 연료에서 생산하게 된다.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00년대 초 20%에서 2024년 약 5%로 감소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대만전력공사는 올해 약 5기가와트 규모의 가스 발전 용량을 전력망에 추가했다. 이는 원자로 약 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만 전력은 17일에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용량도 3.5기가와트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