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는 오는데 보험은 없다”…기후위험, 압류로 이어진다
홍수보험의 부재가 주택 소유자와 신용시장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기후데이터 기업인 퍼스트스트리트 테크놀로지(First Street Technology)의 신규 보고서를 인용해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극단적인 날씨가 심화됨에 따라, 홍수로 인한 주택 압류(foreclosure)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풍이나 산불과 달리, 홍수 피해는 표준 주택보험에서 보장되지 않으며, 별도의 홍수보험을 가입한 미국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홍수, 자연재해 중 압류 발생 가능성을 가장 높여
퍼스트스트리트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55건의 강풍, 산불, 홍수 사건을 분석했다. 이후 사건 발생 전후 3년간 피해 지역과 인근 미피해 지역의 압류율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강풍으로 인한 사고 16건 중 6건이 압류 급증으로 이어졌고, 산불 10건 중에는 단 한 건만이 압류 증가와 연관돼 있었다. 그러나 29건의 홍수는 그중 20건이 이례적으로 높은 압류 발생을 동반했다.
퍼스트스트리트에 따르면, 강풍으로 인한 주택 압류는 보험금 지급 지연이나 보험사와의 분쟁에서 비롯됐지만, 홍수로 인한 압류는 대부분 보험 미가입 때문이었다. 압류 증가와 연관되지 않은 9건의 홍수는 고소득 지역에서 발생했다.
보고서는 산불·강풍 피해는 보험으로 보전되나, 보험료 상승은 간접적으로 압류 리스크를 올린다고 덧붙였다. 주택보험료가 1%p 오르면 전국 압류율은 1.05%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강풍 피해는 보험으로 보전…
보험료 상승은 간접적으로 압류 리스크 올려
보고서는 “확산되는 홍수 위험과 홍수 보험 보장 공백, 낮은 보험 가입률이 손실을 증폭시키고 압류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홍수보험의 전반적 부재는 예상보다 높은 대출 실패율로 이어지며, 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험 과소평가는 과거에도 대출 손실을 유발했다. 예컨대 2012년 허리케인 샌디의 경우, 은행은 대출단위 홍수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압류 건수를 393건 적게 추정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미상환 원리금은 6800만달러(약 945억원)에 달했다.
미국의 홍수보험제도(NFIP) 등 공적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홍수는 여전히 보호 공백과 비용 상승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대비 NFIP 평균 청구금액은 223% 급등했으나, 건물 보장한도는 여전히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용평가, 이제는 '부동산의 기후 리스크'가 핵심 변수”
퍼스트스트리트는 금융기관이 기존의 5대 신용(credit) 평가 기준인 신용도(character), 상환능력(capacity), 자본력(capital), 상황(condition), 담보(collateral)에 더해 ‘기후(climate)’를 제6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2025년 기준, 심각한 기상이변이 발생할 경우 연간 기후 유발 압류로 인한 은행 손실은 12억1000만달러(약 1조6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압류 손실의 6.7%에 해당한다.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경우, 해당 손실은 2035년까지 53억6000만 달러(약 7조3000억 원)로 확대돼 전체 압류 손실의 30%에 이를 수 있다.
퍼스트스트리트의 창립자이자 CEO인 매튜 이비(Matthew Eby)는 “이제 더 이상 차주의 신용점수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해당 부동산 자체의 기후 리스크가 신용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