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공세에도…美 기업들, DEI 정책 대거 유지

2025-05-20     유인영 editor
사진=언스플래쉬

미국 내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법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대거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기업들이 DEI 비판 여론과 행정부의 조사 압박을 의식해 대외 메시지는 축소하면서도, 핵심 프로그램은 내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표면적 후퇴 움직임이 있었으나, 실질적인 축소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변화는 미미…기업들은 방어적 조정 중

월마트(Walmart)는 지난해 11월 DEI 용어 사용 중단, 일부 성소수자 제품 제거, 공급업체 선정 시 인종·성별 고려 중단 등을 선언해 시민운동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현재, 내부 정책 변화는 크지 않았다. 

월마트는 DEI를 ‘소속감(Belonging)’이라는 용어로 대체했지만, 회사 채용 공고에서는 여전히 DEI라는 문구가 사용되고 있으며, 성소수자·흑인·히스패닉·여성 창업 브랜드 제품 페이지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월마트만의 사례가 아니다. 미국 대기업 임원 및 기업 자문가 20여 명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DEI라는 명칭은 바뀌었지만 해당 프로그램 대부분은 존속 중이다. DEI 이니셔티브 축소를 주장하는 발표를 했던 기업들조차도 대부분 사소한 조정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기관에 ‘불법적 DEI’ 관행을 지닌 기업과 기관을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로펌 듀안 모리스(Duane Morris)의 파트너인 노동법 전문가 조너선 시걸(Jonathan Segal)은 “행정명령이 아무리 포괄적으로 들리더라도 고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며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소폭 조정만으로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DEI 관련 표현은 ‘지역 인재 반영’ 등 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 시걸 변호사는 “DEI가 역차별처럼 보이지 않도록 언어를 조정하는 기업이 담당 기업 중 75%에 달했다”고 밝혔다.

 

신중한 행보…공개 홍보는 줄이고, 실행은 지속

전반적으로 기업들은 여전히 소외 집단 출신 인재의 채용·승진·유지를 유능한 인력 확보의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다. 직원이 지지받는다는 인식을 받는 정책도 쉽게 손대지 않는다. 유색인종,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을 둘러싼 차별 소송뿐 아니라, 투자자와 언론의 반발 가능성도 주요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외된 집단을 위한 멘토링·인턴십 프로그램도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 단, 명목상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이 완화된 경우가 많다. 포드(Ford), 딜로이트(Deloitte), 맥도날드(McDonald’s) 등은 최근까지 흑인 대학(HBCU)과 연계한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DEI 비판을 피해 조용히 지원을 이어가는 방식도 확산됐다. 고객 기반 확대를 고려해 후원은 유지하지만, 대외적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틴계 창업 지원 비영리 단체는 “후원사가 공개를 원치 않아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로펌 K&L 게이츠(K&L Gates) 소속인 전 연방 계약 이행 감독국장 크레이그 린(Craig Leen)은 “기업들이 법원의 향후 판단보다 행정부의 현재 조치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행정부의 조사 목록에 오르거나 표적이 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고용법 전문 로펌 리틀러 멘델슨(Littler Mendelson)의 설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기업 임원의 55%가 DEI 관련 소송 리스크를 취임 전보다 더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49%는 기존 프로그램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27%는 소폭 조정만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인사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다양성에 대한 의지를 유지하면서도,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을지 알려 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