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LNG 전략, 주총서 ‘제동’…기후 목표 설명 부족에 주주 20% 반발
석유 메이저들이 LNG 중심 전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주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셸(Shell)은 20일(현지시각) 정기주주총회에서 LNG 사업 확대가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설명하라는 주주 결의안 22호가 20.56%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고 밝혔다.
가스는 ‘중간단계’ 아닌 ‘주력’…에너지업계, LNG 전략 강화
LNG에 대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강조도 이어졌다.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세계가스총회(WGC2025)에서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페트로나스(Petronas), 우드사이드(Woodside Energy) 등은 가스를 탄소 감축의 ‘현실적 수단’으로 제시하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백업 자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탈에너지 CEO 파트릭 푸야네(Patrick Pouyanne)는 “가스는 석탄보다 배출량이 절반 수준이고, 24시간 전력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안정적 공급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국영 페트로나스의 탄쿠 타우픽(Tengku Taufik) 사장은 “가스는 전환 연료가 아닌, 일부 지역에서는 궁극적 에너지원(destination fuel)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드사이드의 메그 오닐(Meg O’Neill) CEO도 “수소나 암모니아는 아직 상용화되기 어렵다”며 “현실적인 감축 조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탈석탄 흐름 속에서도 수익성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업계 전략을 반영한다.
반면, 국제 환경단체와 기후 과학자들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위성 관측 기관 지에이치지샛(GHGSat),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등의 자료를 인용해 “가스 산업의 메탄 누출이 공식 수치보다 훨씬 많다”고 경고했다.
이들 위성은 메탄이 특정 적외선 파장을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해 대기 중 농도 변화를 감지하고, 보고되지 않은 누출까지 실시간 추적하고 있다.
“LNG 전략, 기후목표와 정합성 부족”…셸 향한 주주 이견
LNG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셸이 있다. 셸은 지난 3월 25일 열린 2025년 투자자 설명회(Capital Markets Day)에서 “통합 LNG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LNG 판매를 연평균 4~5% 늘리고,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실제 현금의 40~50%를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관련 지출은 줄이고, 수익성과 에너지 공급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전략에 헤지펀드를 비롯한 수익 중심 투자자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CNBC는 “셸이 BP보다 빠르게 현실적 전략으로 전환했다”는 평가와 함께, 발표 당일 주가가 2%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책임투자기관들은 이 전략에 반기를 들었다. 브루넬 연기금(Brunel Pension Partnership), 그레이터맨체스터 연기금(Greater Manchester Pension Fund), 머지사이드 연기금(Merseyside Pension Fund) 등은 셰어액션(ShareAction), 호주 책임투자 행동센터(ACCR)와 함께 “셸의 LNG 수요 예측은 국제에너지기구(IEA) 1.5도 시나리오보다 300% 이상 높다”며 기후목표와의 정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 주주 결의안 22호를 공동 제출했다.
셸은 “이미 충분한 정보를 공시했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ACCR은 “수요 가정의 근거와 장기 리스크가 여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의안은 부결됐지만, 전체 주주의 5분의 1이 전략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만큼, 향후 논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셸은 향후 6개월 내 투자자들과의 추가 협의를 예고했다.
블룸버그는 가스가 전환기의 실용적 수단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이를 기후 전략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