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아 4개국 태양광 수입 장비에 최대 3521% 관세 최종 결정
미국 정부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4개국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태양광 셀 및 모듈이 미국 태양광 제조업계에 “실질적인 피해를 줬거나 위협을 가했다”고 판단해 만장일치로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등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는 모두 보호무역 조치로, 특정 국가의 제품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수입돼 자국 산업을 위협할 경우에는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상계관세는 수출국 정부가 특정 산업에 지급한 보조금으로 인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미국 상무부는 1년 넘게 진행한 불공정 무역조사 결과, 정부 보조금을 받은 태양광 장비가 저가로 미국 시장에 공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자국 기업들이 정상적인 원가로는 경쟁이 어려운 구조를 만들며 시장을 잠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확정한 관세율을 바탕으로, 오는 6월부터 최대 130억 달러(약 18조4200억원) 규모의 고율 관세를 본격 부과할 예정이다.
국가별 평균 관세율은 캄보디아 최대 3521%, 베트남 396%, 태국 375%, 말레이시아 34% 수준으로 확정됐다. 특히 캄보디아는 미국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최고 수준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베트남 진코솔라(JinkoSolar)는 약 245%, 트리나솔라(Trina Solar)는 베트남산에 200% 이상, 태국산에 대해 375%의 관세를 부과 받았으며, JA Solar의 베트남산 모듈에도 약 120%가 부과될 예정이다.
미국 제조업계는 중국계 기업들이 무역 제재를 피해 동남아 생산거점을 통해 우회 수출하고 있으며, 기존 관세를 회피하고 미국 내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위협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미국의 연간 태양광 장비 수입 중 80%가 이들 4개국에서 유입되고 있으며, 2023년 수입 규모는 129억 달러(약 18조32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결정은 한화큐셀(Hanwha Q Cells), 퍼스트솔라(First Solar Inc.) 등으로 구성된 연합체가 1년 전 제소한 사건의 결론으로, 미국 제조업 보호를 위한 본격적인 수입 규제로 평가된다.
태양광 제조업체 연합을 대변한 윌리(Wiley) 로펌의 팀 브라이트빌(Tim Brightbill) 국제통상 부문 공동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판정은 미국 제조업에 결정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 제조업계 “결정적 승리”…개발업계는 타격 우려
제조업계는 미국 내 생산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태양광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태양광 프로젝트 대부분이 동남아 수입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프로젝트 원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의 아비게일 로스 호퍼(Abigail Ross Hopper) 회장은 "USITC의 이번 판정으로 미국 기업들이 필요한 태양광 제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국내 제조 확대를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과 미 의회의 정책 지원 축소 움직임 등으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내 재생에너지 투자 흐름이 둔화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프로젝트 일정 및 원가 구조에 또 하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태양광 제조연합(SEMA)의 마이크 카(Mike Carr) 전무는 "패널 가격은 전체 프로젝트 비용 중 극히 일부"라며 "노동력 비용과 전력망 연계 지연이 더 큰 변수"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미국 내 태양광 셀 및 모듈 생산 역량이 2026년까지 전체 수요를 충족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동남아 생산거점을 통한 중국계 기업의 수출이 미국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산업 전략과 장기적 투자 확대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