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탈석탄 위해 대출 중단·배출권 거래제 도입

2021-03-31     박지영 editor

일본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정부는 탄소국경세, 탄소세, 배출권거래제의 근간이 되는 탄소가격제 도입을 검토하고 증권거래소는 상장기업에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 석탄화력발전소 수출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 위한 정책 검토도 들어갔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내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경제산업성은 올여름까지 시장 개설을 위한 세부방안을 세우고 2022년 기업만 참여하는 배출권 거래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배출권 거래제로 일본 기업의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미즈호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일본 기업들은 연간 2조6000억엔(약 27조원)을 부담해야 하고, 2030년에는 그 금액이 4조3000억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성과 경제산업성은 2018년부터 배출권 거래제의 근간이 되는 탄소가격제를 논의해 온 바 있다. 그러나 탄소가격제 적극 도입을 주장하는 환경단체와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을 우려하는 경제계 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2019년 7월 이후 논의가 멈췄다.

정부 부처 간 시각차도 존재했다. 환경성은 탄소세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경제산업성은 탄소세에 신중했다. 카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성 장관은 일본경제신문에 “이미 ‘지구온난화대책을 위한 세금’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탄소중립에 기여할지 여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비추기도 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소비량에 따라 탄소 1톤당 289엔의 세금을 걷고 있는데, 정책까지 추가되면 경제계에 부담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당선 등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경제계와 경제산업성의 입장도 바뀌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탄소가격제 도입을 위한 논의는 불가피하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미국과 유럽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제라는 선택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성은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탄소 배출로 인한 비용을 걷되, 탈탄소화 설비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세제 우대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산업경쟁력강화법 개정안도 냈다. 탄소 감축 효과가 높은 설비를 도입하거나 연료전지, 리튬이온전지, 해상풍력 발전 설비 부품 등 신규 수요 확대가 전망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최대 10%의 세액을 공제 받을 수 있으며 50% 특별 공제도 시행한다.

 

일본 정부, 미국 주도 기후정상회의 의식해

석탄금융 지원도 전면 폐지 

TCFD 기반한 정보공개 요구도 

배출권 거래제 도입 외에도 석탄 금융 지원 중단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내 공공 금융기관이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지원해왔던 저금리 융자를 중단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제한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에 금융 지원을 허락해왔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최첨단 설비를 사용하거나 상대국이 탄소전환 계획을 발표한 경우에만 국제협력은행(JBIC)을 통해 지원해왔다. 미쯔비시 상사가 한국전력과 함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다음달 초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입장을 선회했다. 석탄금융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석탄 관련 대출 전면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그간 석탄발전소를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며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꾸준히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제한적인 지원으로 돌아섰지만, 올해 4월 미국 주도인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전면 중단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금융청과 도교 증권 거래소는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개정하면서 상장 기업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민감한 해외 투자자를 잡기 위해선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개정된 지침은 6월에 시행된다. 이번 지침은 TCFD 권고안을 다수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 기회, 이에 따른 전략 등을 공개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보를 공시하지 못했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기후 정보 공개 외에도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독립된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도 권고했다. 또 관리직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성과 외국인 채용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