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블랙록, 뱅가드 넷제로 선언에 반기 든 독일기업의 '그린배당금'
블랙록, 뱅가드를 포함한 글로벌 빅 자산운용사 43곳이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에 가입한다고 29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이니셔티브는 현재 전 세계 총액의 3분의 1(36%)에 해당하는 32조달러(3경6000조원)의 자산총액을 운용하는 73곳의 서명기관이 함께 하고 있으며, 서명기관들은 2050년 혹은 그 이전에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다.
이날 신규 서명국이 된 곳은 블랙록, 뱅가드와 함께 마크 카니 유엔 기후변화특사(전 영란은행총재)가 몸담고 있는 브룩필드자산운용 등이다.
서명기관들은 자신들에게 자금을 맡긴 고객들과 함께 탈탄소화 목표에 대해 협력하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최소 5년마다 목표 재검토)에 기초해 중간 목표를 설정하며,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3(Scope3) 배출량을 가능한 범위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 서명기관들은 명확한 투표 정책을 갖고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해야 한다.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사항에 따라 매년 진척사항 보고도 의무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 겸 CEO는 이날 "자산운용산업은 자산 소유주와 기업의 연결고리로서, 조언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뱅가드 회장 겸 CEO인 팀 버클리(Tim Buckley)는 “기후 변화는 우리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장기적이고 중요한 위험을 나타낸다”며 “장기 주주환원 및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위한 상생 솔루션을 확립하기 위해 산업 전반에 걸친 건설적인 대화를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는 AIGCC(아시아기후변화투자그룹),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eres(세레스), IGCC(기후변화투자그룹), 책임투자원칙(PRI) 등 6개 창업파트너가 네트워크가 돼 만들어진 자산운용사 그룹이다.
독일 부동산신탁회사 알스트리아, "0.01유로 그린배당금" 주주 투표
한편, 이와 같은 넷제로 선언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주와 넷제로 대화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와 흥미를 끌었다. 30일 독일 부동산신탁회사 알스트리아(Alstria)의 올리비에 엘라민(Olivier Elamine) CEO는 현지 책임투자 전문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리협정 목표를 진짜 달성하고 싶다면, 기업은 주주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50여개의 투자자들로부터 ‘우리는 몇 억유로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ESG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여러분이 더 많은 것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편지를 받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길거리에 있는 누군가에게 행성을 구하기 위해 0.01 유로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어본다면,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며 “하지만 큰 펀드에 말을 걸면 훨씬 더 어려울텐데, 그 이유는 그들이 아직 최종 주인과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현재 상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블랙록 래리핑크 회장의 편지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CO2 연간 배출량의 8~10%를 감소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전염병 때 이뤄진 결과"라며 "다음 문장에서 그는 이것이 훌륭한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기업인의 입장에서 그는 “파리협정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좋은 사업적 기회였다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당위가 아니라 훨씬 더 디테일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알스트리아 이사회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바로 각 주식에 대해 0.01유로의 ‘그린배당금’을 제시한 것이다.
‘그린 배당금’은 주주들에게 지불할 수도 있고, 아니면 회사에서 탈탄소화 프로젝트에 지출하기 위해 남겨둘 수도 있다. 지난해 투표에선 녹색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결정됐지만, 올해 5월 예정된 주주투표에는 좀 다른 접근법을 취할 예정이다. 주주 배당 대신 프로젝트에 투표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기로 했는데, ‘옥상 태양광 설치’ 및 ‘프로젝트 베스타라고 불리는 탄소포획기술 자금 지원’ 두 가지가 그것이다. 주주들이 이에 투표할 경우 2022년 주주배당금 0.01유로씩은 그린 프로젝트에 쓰이게 된다.
그는 “우리는 탄소 배출 없이 어떻게 기업을 운영해야 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넷제로 선언을 하지도 않은 기업”이라며 “그는 재계 밖의 사람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케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현실적인 점검과 진실을 말할 책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