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따라가면 투자 못한다”…네덜란드 연기금, 美 운용사에 경고

2025-05-28     유인영 editor
이미지=PME 로고

네덜란드 연기금 PME가 미국 자산운용사들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투자 철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약 570억유로(약 89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PME가 ESG 원칙과 책임투자 기준을 이유로 미국 대형 운용사에 대한 재평가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침묵하는 美 운용사에 “입장 명확히 해야”

PME의 책임투자 수석전략가인 다안 스파르가렌(Daan Spaargaren)은 인터뷰에서 “미국 투자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사법부 공격이나 기후변화 대응 문제 등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파르가렌은 이는 자산운용업계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하는 정치적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운용사들이 그들의 이해관계와 정책을 현재 미국 행정부의 입장을 맞춘다면, 우리는 우리 자금을 통해 이런 조치와 관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르가렌은 “미국과 유럽 간 운용 철학의 분열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책임투자, 기후 이니셔티브 참여, 의결권 행사 같은 분야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자산운용사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PME는 블랙록(BlackRock)이 넷제로자산운용(NZAM)에서 탈퇴한 이후, 블랙록에 맡긴 약 50억유로(약 7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 위탁을 재검토 중이다. PME는 현재 여러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 PME는 매년 위탁운용을 검토하며, 다음 검토 기한은 6월 30일경으로 예정돼 있다.

PME는 기존 자산운용사 평가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새로운 심사 기준을 도입했다. 새로운 기준은 투자 자산이 건전한 지배구조, 결사의 자유, 환경 이슈 등을 얼마나 잘 지지하는지 평가한다. 또한, ESG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신흥국 패시브 운용 주식은 자동 제외된다. 

 

ESG 스크리닝 강화…투자 종목 3분의 2 축소

PME는 올해부터 주식을 시작으로 새 ESG 스크리닝을 적용하고 있다. PME는 이미 투자 종목군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현재 약 1000개 종목만 투자 대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스파르가렌은 “기업들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이나 기후변화 정보를 계속 성실히 공시한다면, PME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파르가렌은 “이번 검토가 기존 정기 검토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운용사들이 정부에 동조하거나,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취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정권 변화 그 이상으로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를 주요 투자 전략으로 삼는 유럽 투자계에 이미 냉기가 돌고 있다. 앞서 올해 초에는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가 기후 연합에서 탈퇴한 이후, 스칸디나비아와 영국에서 위탁운용 계약을 잃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Amundi)는 지난달 고객들이 책임운용 부재에서부터 핵심 기후 정책의 퇴보에 이르기까지 여러 우려로 인해 미국 시장을 피하려는 방향으로 대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Allianz Global Investor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알렉스 비바니(Alex Bibani)는 최근 IRA 혜택 축소 담은 초대형 예산안 통과와 관련하여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은 더 이상 안정적인 투자처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