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대상 대폭 축소…전체 수입업체 10%만 적용 추진

2025-05-29     김환이 editor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연간 50톤 미만의 제품을 수입하는 소규모 기업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EU는 전체 수입업체 가운데 약 10%에 해당하는 고배출 기업만 CBAM 적용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머지 90%의 중소 수입업체와 개인 소비자는 CBAM 의무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이 해당 수정안을 승인했으며, 유럽이사회는 다음주 공식 입장을 채택한 뒤, 본격적인 입법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회원국 다수가 이번 수정안에 동의하고 있어 입법 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배출량 99% 이상 차지하는 수입업체에만 CBAM 적용

CBAM은 역내 배출권거래제(EU ETS)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유럽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수입세다. 기후 규제가 느슨한 역외 국가에서 생산된 고탄소 제품이 유럽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EU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기후 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EU의 이번 조치는 CBAM에 따른 행정 절차와 보고 의무가 과도하다는 중소 수입업체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연간 150유로(약 24만2000원) 이상의 제품을 수입하는 모든 기업이 적용 대상에 속했으나, 앞으로는 연간 50톤 이상의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을 수입하는 기업에만 적용된다. 이에 따라 단가가 낮고 거래량이 적은 중소 수입업체 대부분이 CBAM 제도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전체 수입업체의 90% 이상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업들은 전체 배출량의 1% 미만을 차지하고 있어 CBAM 제도의 기후정책 효과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위 10% 수입업체가 전체 탄소배출량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적용 대상 범위를 줄이더라도 이로 인한 환경 영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유럽연합은 이를 통해 CBAM의 정책 목적은 유지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행정 비용과 관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러시아, 터키 등 탄소 규제가 미흡한 국가에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에게도 동일하게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BAM이 적용되면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고탄소 제품은 추가 비용이 부과돼 EU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유럽 수입업체들도 탄소 규제가 더 엄격한 국가나 EU 역내 업체로 구매처를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 2월 이 같은 제도 완화 방안을 제안했으며, 유럽의회도 개정안에 대해 조건부 승인 의사를 밝혀 향후 입법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입법안은 앞으로 EU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협상을 거쳐 확정된다.

한편, CBAM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실제 탄소배출권 인증서(CBAM permit)의 구매는 2027년부터 시작된다. 2026년 한 해 동안 수입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다음 해부터 역내 기업과 동일하게 CBAM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입업체들은 제도 시행 초기 1년간 제도 적응 및 배출량 보고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