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앞세운 방어 전략…엑손·셰브론式 주주 대응, ESG 회의감 반영

2025-05-29     홍명표 editor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 셰브론의 홈페이지.

미국 정유사 셰브론(Chevron)이 28일(현지시각) 10시,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5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주주제안 3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이날 회의에서 부결된 안건은 ▲회사의 인권 관행에 관한 보고서 제출 요청, ▲보통주 10% 이상 보유 주주가 특별 주총을 소집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제안, ▲재생에너지 투자 자산의 좌초 가능성(stranded assets)에 대한 리스크 보고서 작성 요구 등이다.

 

셰브론, 인권 및 신재생 투자 관련 주주제안 모두 부결

셰브론은 이와 함께 12인의 이사 선임, 2025년 외부 감사인(PwC) 승인, 경영진 보상에 대한 자문 투표 등 주요 안건들도 상정했으며, 모두 주주들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번 결과는 ESG 안건에 대한 주주 관심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로이터는 같은 날 보도에서 “ESG 관련 주주제안 수가 2023년, 2024년에 비해 2025년에는 크게 감소했다”며, “재생에너지 투자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친 점도 주주들이 기존 석유·가스 비즈니스에 다시 주목하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엑손모빌, 1958년 이후 첫 ‘주주제안 0건’…실적과 방어 전략 주효

엑손모빌(ExxonMobil) 역시 28일 오전 9시 30분, 셰브론보다 30분 앞서 연례 주총을 온라인으로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는 단 한 건의 주주제안도 제출되지 않았다. 엑손모빌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전혀 받지 않은 것은 1958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 엑손은 기후변화, 화석연료 감축 전략, 정치 로비 관련 정보 공개 등 다양한 ESG 이슈로 주주제안이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올해는 실적 호조와 적극적인 법적·전략적 대응이 주주들의 제안 자체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손모빌 CEO는 “우리의 실적은 경쟁사들을 상회하고 있으며,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제안들에 대해 적극 대응해온 전략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밝혔다. 엑손 역시 이사 선임과 감사인 승인, 경영진 보상안 모두 무리 없이 가결됐다.

양사의 이번 주총 결과는, ESG 이슈의 우선순위가 재조정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수익성 회의와 ESG 규범 피로감이 겹치면서, 주주총회 현장도 다시 ‘실적 중심’으로 회귀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는 재생에너지의 기대 이하 수익률이 주주들의 시선을 다시 석유·가스로 돌려세웠으며, ESG 주주제안은 2023년과 2024년에 비해 2025년 들어 현저히 줄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