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내부 기후 리스크 대응 조직 폐지

2025-05-30     김환이 editor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후 리스크 대응을 위해 설립한 내부 위원회들을 지난 3월 일괄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각)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연준이 기후 리스크 관련 주요 위원회를 해체하고,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 리스크는 기존 조직 내에서 일상 업무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부 공지를 통해 알렸다고 보도했다.

폐지된 조직에는 ▲금융감독기후위원회(Supervision Climate Committee) ▲금융안정기후위원회(Financial Stability Climate Committee) ▲경제활동기후위원회(Climate Committee on Economic Activity) ▲기후데이터위원회(Climate Data Committee) 등 4곳이 포함됐다.

2021년 설립된 금융감독기후위원회와 금융안정기후위원회는 당시 연준 부의장이었던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가 주도한 조직으로, 연준의 기후 리스크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

이들 조직은 연준의 기후 리스크 시나리오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고, 미국 6대 은행의 기후 리스크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데 기여해왔다.

또한 바젤은행감독위원회와 NGFS(녹색금융을 위한 중앙은행·감독당국 네트워크) 등 국제 협의체 및 미국 내 유관 기관과의 정책 논의와 협력에도 핵심 역할을 해왔다. 조직별 전담 인력은 각 5명 미만이었으며, 연준 직원들이 본래 업무와 병행해 일부 시간에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위원회 해체는 감독기후위원장을 맡았던 케빈 스티로(Kevin Stiroh) 연준 금융감독 담당 고위 관계자가 내부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공식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으로 기후 리스크 분석은 별도 조직이 아닌 기존의 감독 및 분석 업무에 통합해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준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조직 해체가 실제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기후 조직 해체는 연준의 전반적인 기후 정책 후퇴 흐름과 맞물려 있다.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국제 기후 협의체 NGFS에서 탈퇴했으며, 바젤 위원회의 기후 프로그램에서도 지난 18개월간 지속적으로 역할 축소를 주장해왔다. 이는 기후 리스크 평가가 금융 규제에 정치적 편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공화당 측 비판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기후 정책을 주도할 기관이 아니며,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중앙은행의 역할은 금융 시스템 안정성의 일부로서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는 데 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저탄소 전환을 촉진할 권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에도 “기후 변화가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연준이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는 임무를 맡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연준, 인력 감축 등 트럼프 행정부 기조 반영

연준의 정책 기조 변화가 정치적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은 학계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UC버클리와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공동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기후 정책은 해당 국가의 정치 지형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연준이 최근 수년간 공화당의 비판과 정치적 압력 속에서 기후 관련 역할을 축소해 온 흐름과도 일치한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기후 리스크 분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연준은 향후 2년 동안 전체 인력의 약 10%를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임을 지난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주로 자연 감소를 통해 이뤄지며, 일부 직원에게는 유예 사직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블룸버그가 24일(현지시각) 입수한 내부 메모에 따르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각 부서와 지역 연준이 적절한 기능 통합과 업무 현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조직을 슬림화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약 2500명의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