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패션 대기업 친환경 성적표’ 1위…쉬인은 ‘F’

2025-06-04     유인영 editor
사진=언스플래쉬

패스트패션 업계의 기후 대응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비영리 환경단체 스탠드어스(Stand.earth)의 ‘탈화석연료 패션 평가(Fossil-Free Fashion Scorecard)’에서 스웨덴의 H&M이 종합 B+ 등급으로 42개 패션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의 쉬인(Shein)은 F 등급을 받아 하위권에 머물렀다. 브랜드 자라(Zara)의 모회사인 스페인 인디텍스(Inditex)는 지난해 20위에서 올해 9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F 클럽’ 쉬인, 스코프 3 배출량 170% 증가

스탠드어스는 기업들이 공급망 내 화석연료 사용을 얼마나 줄이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후공약 및 투명성 ▲재생에너지 사용 ▲저탄소 소재 활용 ▲친환경 운송 ▲기후정책 옹호 등 다섯 가지 항목을 종합 평가했다.

스탠드어스의 토드 파글리아(Todd Paglia) 이사는 “실질적으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감축에 나서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다수 기업은 여전히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쉬인은 ‘F 클럽’으로 분류되며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쉬인의 스코프 3(공급망) 배출량은 전년 대비 170% 이상 증가했다.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쉬인 측은 “최근 몇 년간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외부 컨설턴트와 협력해 장단기 감축 방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일부 부문에서 배출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쉬인은 지난해 7월 유럽연합(EU)·영국 시장을 대상으로 2억유로(약 3100억원) 규모 순환경제 펀드를 조성하고, ESG 전반에 5000만유로(약 78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25% 줄이고,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H&M, UN의 넷제로 목표 무결성 기준 충족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 / 블룸버그 정리

H&M은 2023년 기준 사내 운영에서 발생하는 스코프 1·2 배출량은 가장 많았지만, 스코프 3 배출량이 자라와 쉬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H&M의 기후전략 책임자인 헨리크 순드베리(Henrik Sundberg)는 “탄소배출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스탠드어스에 따르면, H&M은 UN의 넷제로 목표 무결성 기준을 충족한 3개 브랜드 중 하나이다. 또한, 공급업체에 탈탄소화 금융지원을 제공한 6개 브랜드에도 포함됐으며, 이 중에서도 H&M만이 부채 외의 방식으로 실질적인 자금을 제공했다. H&M은 지난해에는 약 1억7900만 달러(약 2470억원)를 감축 전략에 투입했다.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는 기후공약 및 투명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전년 대비 공급망 감축 목표를 상향한 8개 브랜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스탠드어스는 “인디텍스의 운송 및 제조 과정 배출량은 기준연도 대비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인디텍스 측은 “2024년 기준 2018년 대비 스코프 3 배출량을 56만톤 이상 줄였으며, 공급망과의 협력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순환형 소비, 패션 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아

스탠드어스에 따르면, 전체 42개 브랜드 중 14곳이 기준연도 대비 10% 이상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했으며, 19곳은 전년도 대비 감축을 보고했다. 그러나 파리협정 1.5°C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감축한 브랜드는 단 3곳에 불과했고, 오히려 기준연도보다 배출량이 증가한 브랜드도 17곳에 달했다.

2025년 기준, 공급망 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를 수립한 브랜드는 12곳으로, 2023년 당시 5곳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2030년까지 석탄 퇴출에 대한 시한을 명시한 브랜드는 여전히 20곳으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42개 브랜드 중 40곳이 리세일(재판매) 또는 수선 서비스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형 소비가 패션 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후 적응(Adaptation)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조사 대상 브랜드 중 지역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노동자를 위한 기후 적응 교육·자금·지원책을 마련한 구체적인 사례는 한 건도 없었으며, 명확한 적응 목표를 제시한 브랜드 역시 단 한 곳뿐이었다.

이번 평가는 기업들이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됐다. 파글리아 이사는 “기업 간 지속가능성 격차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다”며 “뒤처진 기업들에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