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10억달러 EU 탄소세에 직면…대응 전략은?
영국이 자국 탄소시장과 유럽연합(EU) 탄소시장 간 연동이 계속 지연될 못할 경우, 내년부터 연간 최대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각), EU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앞두고, 영국이 이에 따른 수출 타격을 피하기 위해 EU 배출권거래제(ETS) 연동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기술 격차부터 제도 불일치까지…영국-EU 탄소시장 연동 난항
영국과 EU는 지난달 양측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연동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협상 일정과 구체적 이행 로드맵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추세로는 2028년 또는 2030년에나 실제 연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에너지 전문 리서치 기관인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선임 분석가 벤 리(Ben Lee)는 “가장 빠르면 2028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2029년 또는 2030년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ETS 연동이 성사될 경우, 철강·시멘트 등 탄소집약적 품목의 수출에 부과되는 탄소국경세를 회피할 수 있어 매년 약 1조3500억원의 비용 회피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EU 측은 실질적인 ETS 연동이 완료돼야만 탄소국경세 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ETS 간 연동을 위해선 ▲탄소배출권 할당 규칙 정비 ▲배출권 경매 방식 통일 ▲시장 내 배출총량(cap) 조정 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특히 탄소배출권 할당 규칙 차이 측면에서, EU의 ETS는 상위 성과 시설을 기준으로 설정되어 탈탄소화 유도를 주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영국의 ETS에서는 철강·시멘트 업종도 무료 할당을 받는 등 EU보다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급 조절 메커니즘 면에서도 영국은 가격상한제(Cost Containment Mechanism, CCM)를, EU는 시장안정준비물량(Market Stability Reserve, MSR)을 도입하고 있어, 배출총량 조정 또는 보조적 안정장치 정비 논의가 불가피하다. 탄소시장 전문 분석 기관인 베이트(Veyt)의 애널리스트 잉빌드 소르후스(Ingvild Sorhus)는 “양 제도의 공급 조정 방식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 연동의 기술적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급한 영국과 느긋한 EU…수혜-위험 비대칭 뚜렷
영국 기업계는 ETS 연동을 위한 기술 문제는 6개월 이내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영국 에너지기업 SSE의 정책 책임자 앨리스터 맥기어(Alistair McGirr)는 “2028년까지 연동이 작동될 수 있도록 협정 체결은 올해 안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연합단체 ‘에너지 UK(Energy UK)’ 역시 협상이 1년 내로 완료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연동 완료 전까지는 CBAM 일시 면제를 EU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UK의 정책 국장 아담 버만(Adam Berman)은 “정치적 갈등보다는 기술적 조정이 관건이며, 이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은 자체 탄소국경세 제도를 2027년부터 시행할 계획인 가운데, 그 규모는 EU 시장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연동 시 상대적으로 수혜 규모가 큰 쪽은 영국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U 집행위원회는 다만 ‘탄소가격제의 국제 확산’이라는 전략적 명분과, EU·영국 소비자 모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고려해 협상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유럽의회 의원 파스칼 캉팽(Pascal Canfin)은 “연동이 EU에 주는 이익은 크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영국은 원래 EU ETS에 포함돼 있던 국가였다. 다시 합치는 것이 그리 큰 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