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앞엔 여·야 없다... “유행 확산” 우려도

2021-03-31     박지영 editor

여야 의원 60여명이 참석하고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국민의 힘 조해진 의원이 공동 대표를 맡은 ‘국회 ESG 포럼’이 발족했다. 외에도 기업·금융기관 등 총 128개 기관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포럼은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관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개회사에서 "ESG는 기업의 새로운 표준이자 생존전략"이라며, "국회 ESG포럼은 우리 사회에 ESG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ESG 정책연구·제도개선에 적극 나설 것임을 약속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의 의사결정, 정부 정책 수행에도 영향 미치고 있어 국회 ESG포럼을 통해 초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기업, 금융, 전문가 단체 등 전문가들간 소통으로 ESG관련 법과 제도의 초석이 다져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 ESG 포럼은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필요한 법·제도·정책을 연구하고 지원한다.

올해는 △ESG 정책 및 입법과제 발굴 △금융 활성화 방안 마련 △생태계 조성 모델 개발 △글로벌 ESG 기관 MOU 등을 시행해 내년엔 △ESG 생태계 구축 △책임투자 활성화 기반 구축 △ESG 경영 활성화 △글로벌 정책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한다.

내후년까지 정책의 성과 도출을 목표로 △책임투자 활성화 국가 도약 △생태계 조성 모델 성과 가속화 △다자간 ESG 공동 컨퍼런스 개최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ESG 투자분과’와 ‘ESG 경영분과’로 나눠 활동을 진행하면서 ‘정책개발 워킹그룹’을 만들어 기업, 금융기관, ESG 전문기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발족식에는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정부기관 인사도 축사를 보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금년 중 ▲한국형 ESG 평가지표 마련 ▲중소·중견기업 ESG 강화 지원 ▲ ESG우수기업 인센티브 강화에 초점을 맞춰 ESG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글로벌 경영활동에서도 공급망 관리, 기후변화 대응 등 ESG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설 자리도 없어지고 있다”며 “ESG는 산업 경쟁력을 한 차원 상승시킬 중요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ESG는 선택 아닌 필수”라며 상반기 내 ▲ 환경정보 공개제도 대상확대 ▲기업 환경성과 평가체계 및 녹색분류체계 마련을 약속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의 ESG투자 확대는 장기적으로 기금운영 수익성, 안정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사회 지속가능한 성장, 기후변화 효과적 대응하기 위해 ESG투자 정신과 실천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장관은 "ESG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선점하기 위해서는 일반기업 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논의해야한다"며, "금융위도 기업 및 금융사 ESG대응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SG 자체가 지속가능성 가져야

정보공시 의무화 시점ㆍ공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져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각계 이해관계자가 바라보는 ESG에 대한 시각을 풀어냈다.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금융계·학계·시민단체의 공통된 의견은 “최근 불어온 ESG 열풍은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려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배제적 성장에서 허용적 성장으로,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고탄소에서 저탄소, 탈탄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 중”이라며 “특히 기후변화는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관차 역할을 맡고 있다”며 ESG 확산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확산세에 비해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국민연금 등 주요 서포터 그룹의 행보는 아쉽다고 평했다. 이 사무국장은 “2조원 이상 기업들은 2000년 이후 이미 연초에 발표된 거래소(KRX) ESG 정보공개 지표 내용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럽 등 해외 추세에 맞춰 공시시기를 2030년에서 2026년 의무화로 당기자”고 제안했다. 또 사업보고서에 비재무정보를 담는 등 보고서 일원화도 언급했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PRI 가입 등 책임투자를 천명하긴 했으나, 현재 평가지표로는 변별력을 가질 수 없다”며 ESG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공적금융기관으로 중점 관리사안으로 기후변화를 삼고 TCFD 지지를 통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스튜어드십 코드 감시 기관을 만드는 등 수탁자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원종현 위원장

이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원종현 위원장은 “ESG를 우선에 두고 기금을 운영하기보다 수탁자 책임이라는 본연에 가치에 집중하니 ESG가 핵심 원칙이 되는 것”이라며 “ESG가 기금운용의 목적이라 보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 위원장은 “ESG는 테마펀드처럼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론이 아닌 근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준”이라며 “운신의 폭을 넓히기엔 겨우 115건의 법안이 상정된 걸 넘어 제도의 지속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고려대학교 이재혁 교수도 ESG 개념이 확장돼야 한다며 “ESG 생태계가 건강하게 자리잡기 위해선 중소기업으로까지 담론이 뻗어나갈 필요가 있다. ESG를 투자로만 좁게 보지 말고 공공기관 평가, 정부의 상위 목표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SG 정보 공시시기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왔다. 한국생산성본부 김동수 단장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공시시기를 앞당기면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의 30%에서 정보의 충실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며 “정보의 양과 질,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적정한 시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건전한 ESG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녹색채권의 사후검증을 발전시키는 등 기술적 부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일단 정보공시의 시기가 앞당겨지면 정보의 충실성도 시장에서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린워싱과 택소노미 등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 더욱 시급한 문제”라며 공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공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미국이나 EU 등은 ESG 규제에 상당히 로비를 많이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포럼을 만들어 논의하면 탄소중립에 배치되는 로비 활동 등에 대한 위험이 줄어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정보가 너무 단순해 입체적일 필요가 있다”며 “탄소배출량만 공시하는 게 아닌 10년 내 배출량 감축목표와 로드맵, 실행전략 등 체계적인 공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전 세계 연기금은 탄소 감축을 위해 일종의 활동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행동을 당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재벌개혁운동본부 국장 또한 “투자자나 시민사회가 궁금해 하는 부분은 기업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 아닌 환경법 위반이나 노동법 위반 기업, 불공정행위”라면서 “부정적인 정보를 정부가 공개해줘야 시장에서 자율 감시체계가 확립되는데, 정부가 꺼리는 느낌”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