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최대 해상풍력 사업 재가동... 배경엔 '정치적 거래'

엠파이어 윈드 중단 명령 돌연 철회…가스 파이프라인 협상과 맞물려

2025-06-09     유인영 editor
사진 = 캐시 호컬 미국 뉴욕주 주지사 X(트위터)

미국 해상풍력 최대 개발사업 중 하나인 ‘엠파이어 윈드(Empire Wind)’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중단 명령 철회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가 고위급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뉴욕주와 연방정부 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협상 진전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 시각) 에퀴노르 앤더스 오페달(Anders Opedal) CEO의 발언을 인용해 "일자리 보호 논리와 뉴욕주의 가스 파이프라인 재협상이 중단 명령 철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놀랐지만 준비돼 있었다”…‘로비’와 ‘중단 대비’ 동시 진행

엠파이어 윈드는 뉴욕 해안에서 30마일(약 48km) 떨어진 해역에 84기 터빈을 설치해 2.1GW 전력을 생산하는 50억달러(약 6조78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이다. 브루클린 내 70에이커(약 28헥타르) 규모 항만 터미널 건설도 포함돼 있으며, 미국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더그 버검(Doug Burgum) 내무장관은 엠파이어 윈드의 첫 단계인 ‘엠파이어 1’에 갑작스러운 작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 당시 사업은 이미 허가 절차를 마치고 시공에 들어간 상태였다. 트럼프는 과거 풍력발전에 대해 “들판에 던져진 쓰레기처럼 온 나라에 널려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오페달 CEO는 “이미 착공한 프로젝트는 표적이 되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중단 명령은 예고 없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지만,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에퀴노르는 즉각  위기 대응팀을 구성, 한 편으로는 ‘중단명령 철회를 위한 로비’를, 다른 한편으로는 ‘전면 중단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동시에 추진했다.

노르웨이 정부도 적극 나섰다. 노르웨이 재무장관이자 전 NATO 사무총장인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가 개입했고, 오페달 CEO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해셋(Kevin Hassett)과의 면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했다.

 

‘컨스티튜션 파이프라인’ 재추진과 함께 재개된 ‘엠파이어 윈드’

오페달 CEO는 “연방법원 판결로 명령을 뒤집는 방식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미 착공한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이 신규 사업 중단보다 인적 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신규 프로젝트 중단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지만,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면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정적 전환점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협상 재개였다. 트럼프 행정부와 뉴욕주 간 갈등을 빚었던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 규모의 컨스티튜션 파이프라인(Constitution Pipeline) 사업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이 돌파구가 됐다. 해당 사업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뉴욕주·뉴잉글랜드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수질 오염을 우려한 뉴욕주 환경당국의 반대로 2020년 중단됐었다.

오페달 CEO는 “뉴욕주 캐시 호컬(Kathy Hochul) 주지사가 직접 연락해 ‘행정부와 이야기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했다”며, “5월 18일 새벽 4시에 다시 전화가 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전해줬고, 다음 날 중단 명령이 철회됐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 컨스티튜션 파이프라인 사업이 공식적으로 재추진에 들어갔다는 발표가 나왔다. 오페달 CEO는 “롤러코스터 같았던 사건”이라고 회고하며, “향후 미국 내 신규 해상풍력 프로젝트 착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