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최대 2억 리터 SAF 구매에 보조금 지원
유럽연합(EU)이 항공산업의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2억 리터 이상의 SAF 구매에 대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 세계 SAF 생산량의 15%에 달하는 규모로, 고비용 문제로 정체돼 있던 SAF 보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보조금 계획은 EU 배출권거래제도(ETS)에서 판매한 2000만개의 탄소배출권 수익을 재원으로, SAF 구매 비용의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당 보조금은 최대 2억1600만 리터의 e-연료 또는 최대 26억 리터의 바이오연료 구매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합성한 전기연료(e-fuel)에는 리터당 최대 6유로(약 9660원), 바이오연료에는 리터당 최대 0.5유로(약 805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는 기존 항공 연료 대비 최대 3~5배 비싼 SAF 가격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보조금 지급 계획은 EU가 SAF 사용 의무 비율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항공업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조치로 나왔다.
EU SAF 의무화 목표, "사실상 실현불가능" 항공업계 반발
SAF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등 지속 가능한 원료로 생산되며, 기존 항공유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85%까지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항공유보다 가격이 3~5배 비싸, 지난해 전 세계 SAF 생산량은 약 13억 리터에 그쳤고 전체 항공 연료 중 SAF 상용화 비율도 0.3%에 불과했다.
EU는 SAF 도입 확대를 위해 사용 의무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SAF 사용 비율을 2025년까지 2%, 2030년까지 6% 확대할 예정이며, EU 내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편에 의무 적용된다.
나아가 EU는 지난해까지 무상으로 배분하던 탄소배출권을 점차 폐지할 예정이다. 유럽 노선 항공편에 대해서는 탄소배출권 구매 의무가 부과돼 항공사들의 연료비 및 운영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유럽 주요 항공사들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며 반발했다. 라이언에어(Ryanair), IAG, 루프트한자(Lufthansa), 에어프랑스-KLM 등 항공사 최고경영자들은 높은 연료비와 공급 부족을 이유로 집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SAF 비중을 6%로 늘리겠다는 EU의 규제는 공급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며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 지원이 없다면 의무비율 목표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스페인 합작 항공지주사 IAG의 루이스 갈레고 CEO는 "경쟁력 있는 SAF 가격을 확보하기 위한 EU 차원의 항공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SAF 생산 여건이나 공급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SAF에 수익 또는 예산의 1~3%만을 투자하고 있으며, 공급망 구축이나 생산 여건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EU의 SAF 의무화가 자칫 유럽 항공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항공사 CEO들은 SAF 관련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SAF 생산 확대를 위한 재정 지원은 계속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EU는 현행 의무비율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공급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보조금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이번 보조금이 실질적인 SAF 수요를 견인할 수 있다면, 유럽 항공사가 친환경 연료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정부도 SAF 의무 사용 확대에 발맞춰 관련 투자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교통부는 SAF 생산단가의 변동성과 수익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수익 보장 메커니즘(RCM)’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SAF 가격이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항공유 업계가 조성한 기금으로 차액을 보전하고, 초과 시 생산업체가 환급하는 구조다.
영국은 올해부터 SAF 의무 혼합 비율을 시행 중이며, 2030년까지 10%, 2040년까지 22%로 단계적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SAF 생산 확대와 산업 안정화를 위한 재정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