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트럼프 시대에도 기후 리스크 금융 규제는 후퇴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내 정치 변화와 무관하게 기후 리스크를 금융 규제에 반영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탄소중립과 ESG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상황과 대조된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린 힘스커크(Irene Heemskerk) ECB 기후변화센터장은 인터뷰에서 “정치적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불든, 우리는 항상 우리의 책무로 돌아간다”며 “기후 및 환경 리스크는 은행들이 반드시 관리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ESG 공시 지속…“은행은 결국 데이터가 필요하다”
유럽의 ESG 정보 공시 요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초국경 규제’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힘스커크 센터장은 “은행이나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결국 이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규제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은 "유럽의 환경 규제가 자국 기업에 부담을 준다면 무역 보복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유럽도 ESG에 대한 반발에서 자유롭지 않다. 유럽연합(EU) 내 입법자들과 집행위원회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 규칙을 단순화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힘스커크는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ESG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으며, EU의 탈탄소 목표는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유럽이 일부 행정절차를 줄이려 하고는 있지만, EU 집행위원회의 ‘경쟁력 나침반’이 탈탄소화 목표를 제거하지 않았기에 규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환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는 은행들이 고배출 기업에 투자했는지, 그리고 관련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우리는 물리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이번 봄은 유럽 전역에서 기록된 가장 건조한 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에 맞서는 글로벌 노력은 계속되고 있어”
유럽과 미국 간의 기후 리스크 인식 차이를 분명하다. EU는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반면,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탄소중립 목표를 ‘끔찍하고 불길한(sinister)’ 것이라 비판했다. 미국 연준(Fed) 역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내 환경기준 약화를 추진하고 있다.
바젤위원회는 13일(현지시각)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 보고를 위한 자율적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기후 관련 데이터의 정확성, 일관성, 품질이 아직 발전 중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은행들의 보고 방식을 포함한 추후 동향을 모니터링한 후 프레임워크 수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힘스커크는 “지구온난화에 맞서려는 글로벌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전 세계 중앙은행들과 감독기관들이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젤위원회에서는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감시 대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상적으로는 더 많은 협력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각자의 판단과 우선순위 설정에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