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가격제 수입 ‘역대 최대’… 세계 온실가스 배출 28%에 가격 매겨
전 세계에서 시행 중인 탄소가격제가 역대 최대의 재정수입을 달성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2025 탄소가격 동향(State and Trends of Carbon Pricing 2025)’ 보고서를 통해 2024년 한 해 동안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 mechanisms)를 통해 확보된 공공재정 수입이 총 1000억달러(약 138조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ESG뉴스는 13일(현지시각) 세계은행(World Bank)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기후 대응에 연계된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탄소가격제 80개로 확대…중견국 ETS 중심 확산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에는 총 80개의 탄소가격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5개가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제도는 '배출권거래제(ETS)'로, 특히 중견소득국가를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은행의 악셀 반 트로첸부르크(Axel van Trotsenburg) 수석 전무는 “탄소가격은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다양한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들의 세입 확충, 녹색 일자리 창출, 민간 자본 유입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탄소크레딧 시장은 개발 재원 마련의 핵심 수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탄소가격제가 적용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8%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국가들의 배출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전력 및 산업 부문에서는 약 50%의 배출이 가격제에 포함되어 있으나, 농업ㆍ축산 등 기타 부문은 여전히 적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배출권 수요 3배 급증…규제시장 주도, 자발시장 부진
한편, 탄소크레딧 시장에서는 규제 대상 시장(compliance market)의 수요가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하면서, 제도 기반 수요의 확산이 본격화됐다. 반면 자발적 거래시장(voluntary market)은 성장세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 유형별로는 식수 확보, 탄소저장, 습지 복원 등 자연기반 제거 방식(nature-based removal credits)이 여전히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탄소가격제가 처음 도입된 2003년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해당 제도의 적용 범위가 12%에서 28%로 확대되고, 평균 가격도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한 총 수입 역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수입의 절반 이상이 환경·인프라·개발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는 각국의 기후정책 강화는 물론, 탄소가격제가 단순한 규제가 아닌 재정·환경구조 개편의 전략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