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에 곰팡이를?”…미 스타트업, 일회용 폐기물 생분해 솔루션 도전
미국 스타트업이 곰팡이 기반 생분해 기술을 적용한 일회용 기저귀 제품을 선보이며, 매립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에 나섰다.
로이터는 1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 소재 스타트업 히로 테크놀로지스(Hiro Technologies)가 곰팡이 분해 기술을 활용한 ‘마이코다이제스티블(MycoDigestible) 기저귀’를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기저귀 속 곰팡이로 분해 유도…“9개월 내 흙으로 전환”
히로 테크놀로지스는 기저귀와 함께 플라스틱 분해 곰팡이 패킷을 묶음으로 판매한다. 사용 후 기저귀에 해당 균류를 투입하면 배설물과 내부 습기에 반응해 1~2주 내 생분해가 시작된다. 이 제품명은 ‘곰팡이에 의해 소화되는(digestibl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저귀 주요 재질인 폴리우레탄은 자연 상태에서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지만, 히로는 해당 소재를 분해할 수 있는 곰팡이 ‘페스탈로티옵시스 미크로스포라(Pestalotiopsis microspora)’를 적용했다. 이 균주는 2011년 예일대 연구진이 에콰도르의 열대우림에서 발견한 것으로, 산소가 부족한 매립지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하다.
창업자 테로 이소카우필라(Tero Isokauppila)는 “곰팡이는 원래 나무 속 리그닌처럼 난분해성 탄소 구조를 분해하는 생물로 진화해왔다”며 “플라스틱과 구조가 유사해 생분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는 약 9개월 후 기저귀가 흙처럼 분해된 상태까지 관찰됐다.
현재 제품은 온라인에서 주 35달러(약 4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히로 측은 내년까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의 분해 성능을 검증하고 공식 퇴비화(Compostability)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2026년 중으로 첫 피어 리뷰 논문 발표도 준비 중이다.
기저귀부터 시작…곰팡이는 단순 분해가 아닌 시스템 재설계의 열쇠
히로는 생분해 기술을 가장 시급하고 일상에 밀접한 문제부터 적용한다는 전략 아래 기저귀를 첫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이소카우필라는 “천 기저귀나 대나무 기저귀는 편의성과 흡수력에서 소비자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현실적인 성능과 환경적 전환을 동시에 충족시킬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품 출시 후 소비자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출시 한 달 만에 전 세계 부모들과 환경활동가들로부터 수천 건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물리적 제품이자 정서적 메시지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히로는 향후 생리용품, 물티슈, 병원용 비직물 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곰팡이를 활용한 순환형 폐기물 관리 시스템 구축도 구상 중이다. 규제 측면에서는 최근 강조되는 생분해·퇴비화 주장에 대한 기준 강화(Claims regulation)를 의식해, 과학 기반의 공신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소카우필라는 “우리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폐기물을 ‘감추는 대상’이 아닌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재정의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곰팡이는 분해를 넘어 재설계와 재생을 가능케 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