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방산 투자 규제 간소화 제안

2025-06-20     고현창 editor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편안을 제안했다.

러시아 위협과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 우려 속에 유럽의 재무장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EU 집행위가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개정안은 방위산업계가 제기한 관료주의적 절차 지연과 과도한 규제에 대한 불만을 반영해 마련됐다. EU 집행위는 각국이 방산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신속 심사 체계)’ 인허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편안을 제안했다./BDSV

 

방산 허가 절차 60일 내 처리…관련 절차에도 유연 적용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과 트럼프 행정부의 NATO 탈퇴 경고 이후 국방비를 대폭 확대해왔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향후 인수합병, 반독점 심사, 국가보조금 집행 등에서도 방산 산업의 특수성과 전략적 기여도를 감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집행위는 특히 각국의 방산 허가 관련 결정 기한을 60일 이내로 제한하는 패스트트랙을 제안했다. 이는 방산 프로젝트에 대한 행정 병목을 줄이고 민간 투자 촉진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인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Valdis Dombrovskis)는 “오늘 발표된 방산 규제 단순화 패키지는 유럽의 경제적 역량을 실질적으로 방위산업 강화에 활용하려는 시도”라며 “내부 장벽 제거, 규제 명확화 등을 통해 진정한 유럽 방산 기술 및 산업 역량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 투자 기준 명확화…방산 기피 해소 노려

이번 패키지에는 지속가능금융 분류체계(Taxonomy)와 관련한 새로운 가이드라인도 포함됐다. EU 집행위는 일부 금융기관이 방산 투자를 ESG 원칙에 어긋난다고 해석하며 민간자금 유입을 꺼리는 상황을 해소하고자 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Andrius Kubilius) 방위담당 집행위원은 “방위산업 역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 기준과 양립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이번 지침이 민간 투자계에 명확한 기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방위산업은 담배, 도박, 석탄 산업 등과 함께 ESG 투자에서 기피 대상으로 분류돼 왔다. 특히 사회적 가치(S)의 훼손 가능성 때문에 ‘죄악산업(sin industry)’으로 취급되며, 주요 ESG 펀드와 지속가능채권의 투자 제한 목록에 자주 포함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에서는 민주주의와 안보를 수호하는 국방 부문 역시 지속가능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의가 확산되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시각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