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탄소배출권 시장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2025-06-24     김환이 editor

싱가포르가 기업의 자발적 탄소배출권 활용을 위한 공식 가이드라인 초안을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번 지침은 파리협정 제6조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핵심 원칙과 고품질 배출권 판단 기준에 대한 내용을 담았으며,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신뢰성과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한다. 특히 배출권이 단순한 상쇄 수단이 아니라, 고품질 및 환경적 무결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MTI), 국가기후변화사무국(NCCS),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EnterpriseSG)가 공동 마련했으며, 싱가포르 지속가능금융협회(SSFA)와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과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됐다.

정부는 오는 7월 20일까지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이번 지침은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고품질 배출권과 환경적 무결성(Environmental Integrity)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화했다.

고품질 배출권의 판단 기준으로는 ▲이중계산 금지 ▲추가성(additionality) 확보 ▲배출감축·제거 효과의 정량화 및 검증 ▲영구성 ▲타 지역의 배출 증가 방지 등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기업은 배출권을 공신력 있는 등록소에서 발급된 것으로 제한해야 하며, 이중 청구를 금지하고 이력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활용하기에 앞서, 실현 가능한 모든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하며, 배출권은 잔여 배출량(residual emissions)에 대해서만 보완적으로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자발적 용도로 사용되는 배출권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는 반영되지 않으며, 국가 간 상쇄에 적용되는 상응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에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는 자발적 시장이 의무 감축 시장(compliance market)과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배출권 사용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기업은 배출권을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하며, 각 배출권의 품질과 리스크 수준을 고려해 다양하게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보험을 활용해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도 제안됐다.

 

탄소배출권 활용 내역ㆍ계획까지 연차보고서 공시 의무

이번 가이드라인은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 중인 탄소시장 생태계 조성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고품질 배출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탄소 프로젝트 개발 지원금(Carbon Project Development Grant)’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탄소세 납부 기업에 대해 연간 배출량의 최대 5%를 파리협정 제6조 요건을 충족하는 배출권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따라 기업이 탄소배출권 활용 내역과 계획을 연차 보고서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기준에 따라 기업들은 배출권의 양과 유형, 감축 대상, 제3자 평가 여부, 프로젝트 위치, 사용한 등록소 정보 등을 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이는 싱가포르 기업들의 고도화된 ESG 공시 흐름을 반영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84%가 재무 정보와 함께 ESG 정보를 통합해 연차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이사회 차원의 ESG 책임 설정, 기후 리스크 인식 등 거버넌스 항목에서도 글로벌 평균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기후변화를 재무 리스크로 인식하는 기업 비중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업계 및 시민사회 의견을 반영한 첫 단계"라며 "신뢰성 높은 탈탄소 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기준이 될 것"라고 밝혔다.

최종 지침은 올해 하반기 중 확정·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