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청정산업 보조금 확대했지만…“보조금보다 지분 투자하라”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유럽 각국이 청정 기술 산업에 공공 자금을 투입할 때 직접 보조금 대신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리베라 부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EU의 국가보조금 규정이 기업에 대한 공적 보조금을 제한하고 있지만, 유럽의 신흥 청정기술 기업이 중국이나 미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다른 방식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제3부총리 겸 친환경전환·인구변화대응부장관을 역임한 리베라 부위원장은 EU 집행위에서 ‘친환경전환·공정경쟁(Clean, Just and Competitive Transition)’을 담당하고 있다.
EU, 녹색전환 지원 국가보조금 프레임워크 채택
리베라 부위원장과 EU 경쟁위원회는 스테판 세주르네(Stéphane Séjourné) EU 경제·산업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주도한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전략과 태양광, 풍력, 배터리 제조업체에 대한 국가보조금 규제 완화 요구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EU 집행위는 EU 내 보조금 경쟁을 막고 단일시장에서의 경쟁 왜곡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이 자국 산업의 운영 비용을 보조하는 것을 규제해 왔다. 그러나 미국, 중국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집행위는 25일(현지시각)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에 따라 새로운 국가보조금 프레임워크(State aid framework)을 채택했다.
EU는 2030년 말까지 탄소배출 감축 사업에 대해 보조금, 세액 공제, 대출 보증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개별 보조금은 최대 2억유로(약 3200억원)까지 가능하며, 화학·시멘트 등 중공업체가 탈탄소 설비에 투자할 경우에는 최대 3년간 전기요금 감면 혜택도 제공된다.
프레임워크는 녹색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보다 완화된 국가보조금 적용을 허용하되, 각국의 재정 여력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해 단일시장 내 공정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국가보조금 프레임워크를 둘러싼 EU 내부 논쟁이 ‘전통적 경쟁정책’과 ‘개입적 산업정책’ 간 긴장이 표출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리베라 부위원장은 “긴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국가보조금을 넘어선 산업정책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리베라, “보조금은 시장 왜곡…지분투자 방식 제안”
리베라 부위원장은 “보조금은 불법적일 뿐 아니라 시장을 왜곡한다”고 지적하며, 대안으로 각국 정부가 기업에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의 공공 투자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이 방식이 성공한다면 공공 자금이 수익의 형태로 환수돼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녹색 기술에 대한 세금 감면 및 보조금 정책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내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배터리에 투자하고 싶은가? 우리는 환영한다. 유럽은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경제로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리베라 부위원장은 “EU는 글로벌 경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리는 안정성, 예측 가능성, 신뢰성을 제공하며, 공공과 민간 투자를 혼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유럽의 주요 투자 분야는 에너지, 탈탄소화, 청정 제조 등이며, 민간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 정책은 유럽 경제가 추구하는 핵심 우선순위를 달성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며, “우선순위에는 ▲산업의 현대화 ▲에너지 전환 가속 ▲청정 기술 제조업 유치를 위한 환경 조성 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것은 단일시장 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책임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