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트럼프·기후 피로…COP30 앞둔 브라질, 갈수록 깊어지는 불확실성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기후변화로 돌리는 일이 무거운 숙제로 여겨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독일 본(Bonn)에서 16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제62차 보조기구 회의(SB62)는 COP30의 성공을 위한 협상 자리였지만,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 의제의 후순위화 속에 협상단의 고심이 깊어졌다고 전했다.
올해 COP30은 브라질 아마존 유역 도시 벨렝(Belem)에서 개최되며, 파리협정 1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 회의다. 그러나 지구 평균기온 1.5도 제한 목표와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단 30개국만이 NDC 제출…EU와 중국도 빠져 있어
이번 협상 회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브라질은 의제 추가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속한 개도국 그룹 ‘LMDC(Like-Minded Developing Countries)’은 금융 및 통상 이슈 논의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본격 협상 개시는 예정보다 30시간 지연됐다.
현재까지 193개국 중 30개국도 채 되지 않는 국가만이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했으며, 유럽연합과 중국도 아직 계획을 내지 않았다. 각국의 NDC는 오는 11월까지 취합·발표될 예정이지만, 1.5도 목표와의 격차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은 감축 격차를 메울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기후 선도국 간 충돌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후협상 베테랑이자 싱크탱크 E3G의 앨든 마이어(Alden Meyer)는 “각국의 NDC가 1.5도 목표에 부족한 상황을 브라질이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점이 핵심”이라며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지구를 잃었다’고 말하며 집에 갈 건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협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국의 빈 자리였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은 협상 회의에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미국이 차지하던 사무공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신 사용한 것에 대해 향후 COP30의 흐름을 상징할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이 기후 리더십을 쥘지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원하는 국가들 입장에선 중국에 대한 지지를 보이기도 어렵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Power Shift Africa) 대표 모하메드 아다우(Mohamed Adow)는 “트럼프와 무역협정을 원하는 국가는 기후 리더십을 내세우기 어렵다”며, “중국과 함께 할 나라가 실제로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변수…국방비 확대로 인한 기후 예산 축소 우려
지정학적 변수도 기후논의를 흔들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의 이란 공습 대응을 이유로 기후 변화 대책에 대한 연설을 취소했다.
COP30 사무국장인 아나 토니(Ana Toni)는 “정치 지도자들의 관심은 군사적·통상적 전쟁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COP30은 절실히 필요한 기후 다자체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합의하며, 선진국이 개도국을 위해 약속한 연간 3000억달러(약 409조원)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브라질과 COP29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은 COP30에서 기후재원을 1조3000억달러(약 1774조원)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후 재원의 상당 부분을 맡아야 할 IMF나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개발은행(MDB)들은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아제르바이잔의 COP29 협상 수석 얄친 라피예프(Yalchin Rafiyev)에 따르면, 기후재원 로드맵과 관련해 제출된 약 120건의 제안 중 다자개발은행(MDB)에서 제출한 것은 단 두 건에 불과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후 재원을 약속한 당사자들에게 약속 이행을 압박할 여지가 아직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