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그린워싱 규제법 철회 안 해”…소기업 제외 조건 달아
EU 집행위원회가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으로 불리는, 이른바 그린워싱 방지법(Anti-Greenwashing law)의 공식 철회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6월 23일로 예정됐던 EU 집행위·이사회·의회 3자 협상를 앞두고, 철회 의사를 내비쳤던 EU 집행위가 결국 "법안은 철회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EU 집행위는 동시에 “10인 미만·연매출 200만유로(약 30억원) 미만 소기업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면, 법안 철회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ESG투데이는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소기업 포함 땐 철회 가능성”…집행위, 조건부 입장 보여
그린워싱 방지법은 2023년 3월 처음 발표됐다. EU 집행위는 “EU 내 기업들이 주장하는 환경 관련 정보 중 절반 이상이 모호하거나 오해 소지가 있으며, 40%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신뢰 가능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안 초안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세우는 친환경 주장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독립적으로 검증받도록 하는 최소 요건이 포함돼 있다. 또한 라벨에 대한 규제를 준수해야 하며, 기존 민간 친환경 인증이 난립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인증은 EU 차원에서 개발되고 기존 인증보다 더 높은 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승인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 지침에 대한 세 번째 3자협의는 6월 23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협상 직전, 유럽의회 최대 정당인 유럽국민당(EPP)은 집행위에 보낸 서한에서 “지침이 기업들에게 과도한 행정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 대변인은 “그린 클레임 규제안을 철회할 계획”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대변인은 “EU 전체 기업의 약 96%를 차지하는 소기업까지 포함된다면 이들에게 매우 큰 행정 부담이 될 것”이라며, “EU 차원에서 소기업의 의무를 완화하는 것이 정책 우선순위라는 점과 상충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유럽에는 약 3000만개의 소기업이 있으며 전체 기업의 96%를 차지한다.
유럽의회 강하게 반발…“입법 절차의 위험한 선례”
집행위가 규제법안 철회를 시사하면서 3자협의 일정을 취소한 데 대해, 유럽의회에서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유럽의회 내 시장·소비자보호 위원장 안나 카바치니(Anna Cavazzini)와 환경·기후·식품안전 위원장 안토니오 데카로(Antonio Decaro)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입법 절차와 제도적 절차에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으며, 공동 입법기관 간 불필요한 대립을 야기할 것"이라며 "2년간 이어진 입법 노력과 수많은 작업 시간을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들은 “소기업 포함이 협상 취소 사유라는 주장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럽의회는 이미 지난 3자협의에서 소기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드로 고치(Sandro Gozi) 유럽의회 보고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협상에서 소기업 제외는 명확히 합의된 사안인데, 집해위가 이를 이유로 협상을 중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현재 그린워싱 방지법은 공식적으로 철회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협상 재개 여부와 최종 입법화 여부는 결국 EU 집행위의 최종 판단에 달려있다. ESG 공시 및 친환경 마케팅 규제를 준비 중인 국내 기업들로서도, 법안의 향방과 유럽 내 규제 논의의 방향성에 대한 지속적인 주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