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정용 배터리 확대에 2조원 투입…테슬라 수혜 예상
호주 정부가 가정용 배터리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23억호주달러(약 2조원) 규모의 신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재생에너지 과잉 생산을 흡수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6월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은 태양광 패널과 연결된 가정용 배터리 설치 시 초기 비용의 약 30%를 보조한다. 할인율은 최소 연 1회 재검토되며,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호주 가정, 1/3 태양광 패널 설치…이 중 2.5%만 배터리 갖춰
호주 정부는 상대적으로 높은 초기 설치 비용을 일부 상쇄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가정용 태양광 설치율을 배터리로 확장하고자 한다. 2024년 기준, 호주 전체 가정의 약 3분의 1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지만, 이 중 배터리 저장장치를 갖춘 비율은 40가구 중 1가구에 불과했다.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정오 무렵에는 도매 전력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가, 일몰 이후 급등하는 등 전력시장 변동성이 심화되는 점도 이번 정책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일부 전력 소매업체는 정오 무렵 남는 전기를 활용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무료 전력을 제공하거나, 오히려 전기 사용 대가를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호주 국가전력시장에서는 전체 시간의 20%에서 도매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블룸버그NEF의 호주 리서치 총괄 레너드 쿠옹(Leonard Quong)은 “배터리 확산은 호주의 불안정한 전력시장 흐름을 완화하고 재생에너지 통합을 촉진할 것”이라며 “그동안 소형 배터리 보급은 높은 설치비용과 정책 지원 부족으로 태양광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보조금이 단기적으로는 수요 급증을 유도할 수 있다”며 “인센티브 종료 전 최대한 혜택을 받으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 정책 수혜 예상…
호주, 테슬라 전기차보다 가정용 배터리 설치가 더 많아
테슬라(Tesla)는 이번 정책의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재생에너지 사업부인 테슬라 에너지(Tesla Energy) 호주법인에 따르면, 현재 호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테슬라 전기차보다 테슬라의 가정용 배터리인 ‘파워월(Powerwall)’의 설치 수가 많은 국가다.
2024년 배터리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거의 5배 급증하며, 전기차 판매 실적을 넘어섰다. 일론 머스크가 오랫동안 에너지 사업이 전기차 사업보다 더 큰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밝혀온 가운데, 호주는 해당 전망이 처음으로 실현된 시장이 됐다.
머스크는 지난해 1월 실적 발표에서 “수년 동안 에너지 저장 사업이 자동차 사업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해 왔고, 지금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호주 독립 단체인 기후위원회(Climate Council)는 6월 보고서에서 “호주는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이미 충분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며 “배터리는 이를 저장해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가격은 2013년 이후 86% 하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