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성공적인 지속가능보고서, 사업 계획 단계부터 시작해야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6월 말까지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완료한다. 그 때문에 5월과 6월은 기업의 ESG 담당자와 컨설턴트에게 가장 바쁜 시기이다. 올해 보고서 시즌을 마친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2024년은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행보가 주춤했고, 국내 기업의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부터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에 나섰던 기업들은 3~4년 차에 접어들며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기 과제들의 효과가 줄어들었다. 반면, 투자 대비 효과(ROI)가 나타나기까지 7~8년은 걸리는 장기적 관점의 과제들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기 어려웠다.
담당자들은 경영진에게 보고서 발간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이게 다야? 뭔가 다이나믹하게 달라진 거나 획기적인 결과물은 없어?"라든지 "대체 뭘 했다는 거야?"와 같은 질책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지난 5년간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기업들이 내부 팀을 꾸리고,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컨설팅 비용을 꾸준히 지출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기대나 요구를 당연하게 여긴다. 여기에 산업별, 혹은 고객별로 요구하는 다양한 이니셔티브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적, 경제적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경영진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지고 있다.
이 글의 주요 독자인 ESG 담당자들이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모두가 꾸준한 성과를 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외부에서 개최되는 세미나들은 대부분 규제, 정책, 산업 동향 등 방향성에 대한 논의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실무자가 당장 적용할 만한 아이템을 찾기란 지극히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실제 대응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세미나 혹은 설명회가 늘고는 있지만, 개별 기업의 상황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미 올해 보고서를 발간했을 것이다. 떠나간 배를 붙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년 이맘때 또다시 반복될 경영진의 성과 요구를 생각하면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따라서 기업의 ESG 담당자와 컨설턴트 모두 한발 앞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핵심은 '참여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다.
현재 ESG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대부분 관리 부서로서, 사업 기획 단계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이미 완료된 자료, 전략 혹은 성과 등을 취합하여 스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다수일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성과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렵다. 일부 기업에서는 현업 부서의 KPI를 지속가능경영 관련 성과 및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 또한 품질, 인력 등 다른 핵심 성과와 상충되어 실효성을 거두기 힘든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 관련 업무는 사업이 마감되는 12월에서 1월경 컨설팅 계약과 함께 착수된다. 연초에 중대성 평가를 시작으로 보고서 작성을 위한 빌드업에 들어가지만, 이때는 이미 모든 사업 목표 설정이 끝난 뒤라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거나 성과 및 활동을 요구하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현업 부서에서는 설정된 KPI 외에 추가적인 업무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 "이건 우리 KPI도 아닌데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라는 불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현장의 실무부서와 ESG 실무 부서 간의 갈등이 생기는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한 단계 더 빨리' 움직이자!
통상 보고서 발간 완료 후 10월에서 11월까지는 다음 보고서를 위한 아이디어 구상하는 기간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 시기를 현업 부서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 대부분의 기업이 다음 연도 사업 계획과 조직 KPI를 수립하는 10월에서 11월, 바로 이 시점에 ESG 담당자들이 먼저 현업 부서를 찾아가야 한다. 그들과의 면담을 통해 사업 목표와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탄소 저감 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시점에서 회사에 가장 필요한 것이 제품 탄소발자국(PCF)인지, 전과정평가(LCA)인지 등에 대해 검토 및 판단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만약,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과제라고 판단된다면, 정부 지원 사업이나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전사적 과제'로 격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발굴된 전사적 아이템은 현업 부서의 KPI 설정과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협업이 반복된다면, 현업 부서와 ESG 부서 간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ESG와 지속가능보고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향후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이 전면 도입되면 사업보고서와 비슷한 시점에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시해야 할 수도 있다.
ESG 담당자들이 조금만 더 시야를 넓히고 빠르게 움직인다면, 매년 보고서의 지표와 평가 점수에만 매몰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변화와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위해 고생하신 여러분 올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매니저는

장정민 매니저는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과 금호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