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국 연합, 고급 항공권에 ‘기후세’ 부과 추진…탄소재원 새 모델로 부상
전용기, 비즈니스석 등 프리미엄 항공여행에 세금을 부과해 기후 회복력과 공정한 전환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국제 연합이 출범했다.
프랑스, 케냐, 스페인, 바베이도스 등 8개국은 지난 6월 말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4차 개발재원 국제회의(FFD4)’에서 ‘기후 회복력 및 공정 전환을 위한 항공 과세 연합’을 공식 발표하고, 고소득층 항공 이용에 과세하는 글로벌 체계 마련에 착수했다고 2일(현지시각) ESG뉴스가 밝혔다. 8개국에는 프랑스, 케냐, 스페인, 바베이도스, 솜라리아, 베냉, 시에라리온, 앤티가 바부다 등이 포함됐다.
고급 항공여행에 세금 부과…국제 항공도 과세 대상
이번 연합은 국제선 항공권, 특히 비즈니스석·일등석과 개인 전용기 연료(케로신)에 세금을 부과해 기후적응, 보건 비상사태 대응, 빈곤 퇴치 등 글로벌 공공재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세계화로 이익을 얻은 이들이 기후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한다”며 “가능한 많은 국가들이 이 국제 틀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로벌 연대과세실무그룹(Global Solidarity Levies Task Force)의 연구에 따르면, 프리미엄 항공권에 대한 글로벌 세금만으로 연간 370억유로(약 59조원), 전용기 연료 과세로 410억유로(약 66조원), 총 780억유로(약 125조원)의 재정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대부분의 국제선 항공유는 세금이 면제되고 있어 조세 형평성과 기후정의 측면에서도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프리데리케 뢰더 실무그룹 사무국장은 “항공 부문은 빠르게 늘어나는 탄소 배출원의 하나”라며 “과세를 통해 조세정의와 기후 대응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 기후재원 확대 배경…韓 항공·여행업계에도 파장
연합은 오는 2026년부터 참여국의 입법 변경을 목표로 국가별 제도 설계를 추진 중이며, 브라질 벨렘에서 열릴 COP30 이전까지 정책 프레임워크를 확정할 방침이다. 공개 협의 절차를 통해 세금 사용 기준을 마련하고, 국내·국제 공공재에 재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구상은 COP28에서 출범한 ‘번영·사람·지구를 위한 협약(4P)’과 글로벌 연대 과세 구조 논의의 연장선에 있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시카고협약 체계 내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이미 2011년부터 항공권 연대세를 통해 저소득 국가 감염병 대응기구 유니테이드(Unitaid)에 20억달러(약 2조7212억원) 이상을 기여한 바 있다. 이런 전례를 바탕으로, 신흥국들도 자국 내 세수 확충과 함께 국제 기후기금 조성에 동참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글로벌 항공 과세연합은 국내 항공사 및 여행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프리미엄 항공권 판매가 많은 대형 항공사는 세금 전가에 따른 수요 위축을 우려해야 하며, 탄소비용이 높아진 만큼 ESG 전략 전환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