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투자자들, ESG 규제 완화에 법적 대응 검토

2025-07-05     유미지 editor
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내용을 대폭 축소하자 유럽의 기관 투자자들이 ESG를 강제할 수단 및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픽셀

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과 공급망실사법(CSDDD)의 주요 내용을 대폭 축소하자 유럽의 기관 투자자들이 ESG를 강제할 수단 및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은 ‘옴니버스 1 패키지’를 공개하며 CSRD 보고 대상 기업의 약 80%를 제외하고, 대기업 위주로 간소화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수만 개의 기업이 ESG 리스크를 공개하고 해결하도록 강제하려던 규제를 철회한 것이다. 이 방침이 적용되면 기존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의 적용 범위에 있던 약 5만개 기업 중 90% 이상이 제외된다.

또한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90% 감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소크레딧을 최대 3%까지 인정하는 '유연성'을 목표에 추가했다.

노르데아 자산운용(Nordea Asset Management)의 책임 투자 책임자인 에릭 페데르센(Eric Pedersen)은 투자자들에게 “이는 기업들이 더 이상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업무에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CSRD와 CSDDD가 실질적으로 약화되면, 기업들이 행동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줄어든다"라고 전했다.

덴마크 교직원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앤더스 셸데(Anders Schelde) 역시 유럽의 ESG 요건 축소에 대해 "매우 슬픈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유럽 투자자들이 ESG를 근절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셸데는 “아카데미커 펜션은 정치화되지 않은 환경에서 기업과 정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고려할 때 법정을 더 많이 이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기관 투자자들, ESG 부족한 기업에 대한 자산 배분 줄이고 법적 조치도 고려

투자자들은 ESG 위험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한 기업에 대한 자산 배분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또한 기후 변화와 인권 위험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책임을 물을 준비를 하고 있다.

노르웨이 연기금 KLP의 책임 투자 책임자 키란 아지즈(Kiran Aziz)는 "미국의 변화하는 정치 상황이 소액주주로서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적극적인 소유권 행사에서 어떤 잠재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여러 로펌과 협력해왔다"라고 말했다. KLP는 약 1140억달러(약 115조원)를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어 "필요한 ESG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비율을 줄이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연기금 PME는"ESG 관점에서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주식부터 시작해 전체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이러한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로펌들은 기업 관리에 대한 갈등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유럽의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 로펌인 라바톤 켈러 수차로우(Labaton Keller Sucharow)의 매니징 파트너인 조나단 가드너(Jonathan Gardner)는 "비공식적인 대화로 시작하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은 점점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드너는 최근 투자자들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북유럽을 순방한 뒤 "요즘 같은 환경에서 변호사를 이용해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하는 미국식 방식은 점점 더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SG 부족과 관련된 소송 위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지난 주, 기후 관련 목표를 위반한 은행들이 향후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달 파이낸셜타임스는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산하 경제전환전문센터(CETEX)의 새로운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은행의 화석 연료 포트폴리오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 기후 소송 관련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