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COP26이후에도 석탄 투자 확대...'탈석탄' 공약 무색

2025-07-10     유미지 editor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탈석탄’을 외치고도 지난 3년동안 석탄발전에 약 530조원이상 투자한 것으로 나타됐다./우르게발트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탈석탄’을 외치고도 지난 3년동안 석탄발전에 3850억달러(약 530조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영리 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의 석탄 관련 자금 지원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65개 글로벌 은행 중 3분의 2가 작년에 화석연료 자금 조달을 늘렸다고 발표한 비영리단체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와 시에라 클럽의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지난 2021년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 기후 정상회의에서 약 200개국 정부는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글로벌 상업은행 다수가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 관련 자산을 제외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이러한 약속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우르겔발트는 지적했다.

우르게발트의 재무연구 책임자인 카트린 간스빈트(Katrin Ganswindt)는 "마치 글래스고 합의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는 줄고 있지만, 기존 석탄 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석탄 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이며, 특히 발전소가 설립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폐쇄하려면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 확보뿐만 아니라, 기존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석탄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발전소 조기 폐쇄는 정치적, 재정적으로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 관련 자금 조달…중국은행, BOA, JP 모건 순

우르게발트에 따르면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석탄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이 30% 급증했다. 중국 은행들이 석탄 관련 자금 조달의 최대 공급원으로 나타났으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 산업에 약 2500억달러(약 344조원)를 배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은행들이 석탄 관련 자금 조달의 최대 공급원으로 나타났다. /우르게발트

미국 은행들은 총 500억달러(약 69조원)를 조금 넘는 규모로 2위를 차지했다. 이중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Corp.),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 Co.), 시티 그룹(Citigroup Inc.)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특히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Jefferies Financial Group Inc.)은 3년 동안 석탄 산업 자금 지원을 약 400% 늘려 석탄 포트폴리오 성장 속도가 가장 빨랐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바클레이즈(Barclays Plc)와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AG)가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석탄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바클레이스 은행이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을 중단하고 석탄 산업을 포함한 탄소 집약적 부문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한 일련의 조치 이후, 일부 은행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석탄 규제를 완화했다. 2023년 말,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신규 석탄 광산에 대한 자금 조달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철회하고,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변경했다. 같은 해 호주 맥쿼리 그룹(Macquarie Group Ltd.)은 지난해 제철용 석탄에 대한 금융 규정을 완화했다.

도이체방크 대변인은 “지난 10년간 탄소 집약적 산업에 대한 관여를 줄였으며, 2024년에는 석탄 채굴 산업에 대한 대출 및 투자와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42% 감축했다”고 밝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대변인은 “에너지 부문 전반에 걸쳐 다양한 고객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과 씨티그룹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제프리스와 바클레이스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밝혔다.

 

기후 목표와의 격차 여전

우르게발트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기후 안전 기준인 2040년까지 석탄 금융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은행이 전 세계 99곳 대형 은행 중 24 곳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석탄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더 많은 오염을 유발하는 제철용 석탄은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이라며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 역시 지난 2024년 보고서를 통해 화석연료 관련 자금이 삭감된 것에 비해 청정에너지 자금 지원이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