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임원 보상에서 다양성 지표 적용 철회

한때 다양성과 포용성 개선을 위해 임원의 성과 평가에 DEI 목표를 포함했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보상 자문회사 파리엔트 어드바이저스(Farient Advisors)가 올해 제출된 위임장을 분석한 결과, S&P500 기업 중 임원 보상 계획에 DEI 지표를 적용한 기업의 비율이 지난해 52%에서 22%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보상에 DEI 지표를 포함하면 특정 보호 집단을 우대한다는 근거가 되어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감소의 이유로 여겨진다. 파리엔트 어드바이저스의 지속가능성 실무 책임자인 브라이언 부에노(Brian Bueno)는 “이러한 감소는 사회운동가들의 압력이 커지고, DEI 에 대한 정치적 환경이 점차 적대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영진들이 다양성 조치를 수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정부의 압력에 노출될 것을 우려함에 따라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추세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부에노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민간 부문에서 ‘불법적 DEI 관행'을 지닌 기업과 기관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은 DEI 기반 보상을 ‘차별적’이라며 행정명령과 정책 도입을 통해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대학 입학 시 소수집단 우대 정책을 불법으로 판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에노는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급여 조치가 너무 많은 법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해 사용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스트라이브 자산운용(Strive Asset Management)이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로 분석한 결과, 앨리 파이낸셜(Ally Financial Inc.), 카니발(Carnival Corp.), 라자드(Lazard Inc.)를 포함한 60개 이상의 기업이 보상에서 DEI 관련 내용을 삭제하거나 실질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트 디즈니는 지난 2월 임원 급여 산정 시 다양성과 포용성을 별도의 지표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기업들이 다양성을 고려하면서도 DEI 지표처럼 보이지 않도록 용어를 수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월마트는 DEI를 ‘소속감(Belonging)’이라는 용어로 대체했다.

비즈니스 제트기 제조업체 텍스트론(Textron)은 ‘다양성 채용’ 지표를 경영진의 연간 인센티브 보상의 5%를 결정하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는 "다양성을 안전, 지속가능성, 참여적이고 고성과를 창출하는 인력과 관련된 진전을 추적하는 ESG 지표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상 조건을 변경한 또 다른 회사는 마스터카드(Master Card)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성별 임금 평등과 관련된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스터카드는 4월 제출한 자료에서 "이러한 변경 사항이 온실가스 배출, 금융 포용성, 성별 임금 평등 분야에서 2021년 이후 이룩된 상당한 진전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양성 인센티브를 활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S&P 500 CEO 총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2024년 CEO들의 중간 연봉은 1680만달러(약 231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