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ESG 펀드 명칭 규제 본격화…880개 ESG 펀드, 실질 변화는 12건

2025-07-10     김환이 editor

유럽연합의 ESG 펀드 명칭 규제가 시행된 이후, 다수의 펀드가 전략은 그대로 둔 채 이름만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 투자 전략 조정보다는 외형상 정비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ESMA

 

ESG 펀드 이름만 바꿨다…EU 규제 대응, '외형 정비'에 그쳐

지속가능성 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에 따르면,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최소 880개의 대체투자펀드(AIF)가 ‘ESG’, ‘지속가능성’ 등 용어를 펀드명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전략이나 자산 구성을 실질적으로 변경한 사례는 12건에 불과해 전체의 1.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스타의 로널드 반 겐더런(Ronald Van Genderen) 애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들이 규정 준수가 운용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질적 투자 내용의 변화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에디는 10일(현지시각), 전략은 유지한 채 이름만 바꾸는 ‘그린워싱 회피형’ 대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SMA, 명칭 사용 기준 명확화…‘지속가능성’은 50% 이상 투자 필요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2024년 5월, ESG 펀드 명칭 사용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며 총 6개 용어(환경, 사회, 지배구조, 지속가능성, 전환, 임팩트)에 대해 구체적인 사용 기준을 제시했다.

지침에 따르면, ESG 관련 용어를 펀드명에 사용하려면 전체 자산의 최소 80%가 환경 또는 사회 특성을 반영하거나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에 기반해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그 중 절반 이상(50%)은 지속가능한 투자로 구성돼야 한다.

또한 ‘기후’, ‘임팩트’ 등 용어는 파리협정 벤치마크(PAB), ‘전환’, ‘사회’는 기후전환 벤치마크(CTB)를 충족해야 하며, 이 같은 기준은 신규 펀드에 대해 2024년 11월 21일부터, 기존 펀드에 대해서는 2025년 5월 21일부터 적용된다.

 

ESG 마케팅 가이드도 발표…과장 표현·오해 유발 경고

ESMA는 규제 시행과 함께 ESG 관련 마케팅 및 정보제공 기준도 별도로 제시했다. 지난 7월 9일 발표된 ESG 커뮤니케이션 가이던스에는 ESG 정보 제공 시 ▲정확성 ▲접근 용이성 ▲객관적 근거 제시 ▲정보의 최신성 등 네 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ESG 인증이나 수상 이력 등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제3자의 성과를 인용해 펀드의 ESG 속성을 부각하는 경우 투자자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SMA는 실질 자산이 ESG와 관련 없는데도 마케팅 목적의 ESG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는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ESG 관련 정보는 명확하고 공정하게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